머그컵이나 장난감을 싼값에 `직접` 만들 수 없을까. 대학생 스타트업 오픈크리에이터의 초저가 `3D프린터`라면 가능하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부근 협업공간 `해커스페이스`. 책상 한 쪽에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 프린터가 한 대 서 있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이 실타래처럼 감겨 있다. 플라스틱을 프린터 노즐에 연결하고 작동시키면 원하는 모양대로 물건이 만들어져 나온다. 강민혁 오픈크리에이터 대표는 “플라스틱을 녹여서 한층 한층 쌓아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20분여가 흐른 뒤 다시 확인해보니 도자기 모양의 플라스틱 모형이 프린터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오픈크리에이터를 창업한 계기는 3D프린터를 만드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REPRAP` 프로젝트를 우연히 발견한 최 대표는 그 곳에서 배운 방법을 응용해 3D 프린터 부품을 을지로·청계천 일대 공구상가를 돌면서 모았다. 초기에는 단지 REPRAP 프로젝트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REPRAP은 2004년 영국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3D 프린터를 집단지성을 이용해 만드는 프로젝트. 세계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서로 기술을 공유해 발전된 제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기술을 공개해 부품을 만드는 오픈 플랫폼 `아두이노`와 유사하다.
부품을 모은 뒤에는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만나 모아놓은 부품을 가지고 프린터를 조립했고 지난해 초 시제품을 만들었다. 3D프린터 틀을 만들고 PC와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해 프린터에 삽입했다. 캐드(CAD) 등 일반 디자인툴(tool)로 작업한 뒤 파일 확장자만 변경해주면 프린팅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홈페이지(opencreators.com)에 올리자 한 사업가가 프린터를 팔라고 연락을 해왔다. 간이계약서를 쓰고 제작한 후 사업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만든 3D프린터는 아직 양산되지 않았지만 올해에만 벌써 25대가 팔렸다.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아예 올해 2월부터 주말 워크샵을 시작했다. 3D프린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즉석에서 함께 만들고, 판매 키트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올해 목표는 상품성 있는 디자인을 갖춘 프린터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 프린터에 쓰이는 기술은 계속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의 `예비기술 창업자육성사업`에 선정해 초기 금액을 지원 받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