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그저 고삐를 가져왔는데, 소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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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삐를 가져왔는데, 소가 따라왔다.”

정보기술(IT) 융합 현장체험 첫째 날 오찬에서 윤상직 지식경제부 차관이 한 말이다. 1억원을 투자했는데 100억원의 가치가 함께 돌아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융·복합 IT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함께 사흘 동안 건국대학교 아이패션센터,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중공업을 돌아봤다.

건국대 아이패션센터에서는 의류 산업과 결합해서 발전하고 있는 IT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체형을 스캔, 아바타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저장하면 미리 입어보기뿐 아니라 소비자 맞춤형 의류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는 `블루링크`라는 차량과 IT의 융·복합 현황을 볼 수 있었다. BMW, 도요타 등은 이미 IT 융합 자동차를 상용화했으며, 현대기아차 역시 이번 기술로 차세대 자동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ETRI에서는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IT 개발에 쏟는 열정과 노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손바닥만 마주치면 자동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식 명함, 초보자도 구별할 수 있는 전자식 와인 구별 장치 등 실생활에 접목한 생생한 IT를 보았다.

KAI에서는 융·복합 IT의 완성체라고 불리는 고등훈련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훈련기에 사용되는 IT는 매우 선진화된 수준으로,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우리나라 역시 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연구소들을 둘러보면서 IT산업에 쓰이는 반도체 기술이 높은 정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기술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이 내심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우리나라 IT의 부족한 점도 보였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이 그것이다. 특히 전투기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의 가격은 전투기 본체 가격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기술이지만 제대로 국산화된 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니 국내 SW인력 양성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마지막 일정인 현대중공업에서는 SAN(Ship Area Network) 기술을 직접 선박에 올라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박은 매우 복잡한 회로로 구성돼 부품을 확인하려면 전문가가 꼭 필요한 실정이지만 SAN 기술을 사용하면 선박 회로를 20% 수준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박의 상태를 육지에서 모니터링해 고장을 예방할 수 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IT혁명`의 진정한 의미가 성큼 다가오는 뜻깊은 경험이었다. PC 보급으로 IT 대중화도 함께 완성되고 끝난 줄 알았는데, 최근 스마트 기기의 등장을 지켜보면 IT혁명 `제3의 물결`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시대 흐름에 맞춰가기 위해 국내에서 기술개발 등의 노력이 많다는 점 역시 직접 목격했다. 이뿐만 아니라 IT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SW인재가 많이 부족하다는 한계 역시 절감했다. 국내 산업 현장을 생생하게 알게 된 IT 융·복합 인재로서 더욱 열심히 학업에 정진, 향후 우리나라 IT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가 돼 `고삐를 당겼는데 소가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이바지하고 싶다.

최명식 울산대학교 기계공학부 4학년 ch6424@nate.com

◆지난 3월 말 지식경제부가 실시한 `대학생 IT융합 현장 체험` 행사에 참가한 IT융합 관련 학과 대학생 소감문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뽑힌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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