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실패 벤처사업가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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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실패 벤처사업가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부 재기지원 프로그램으로 채무를 털고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도입한 중소·벤처 재기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달 15일 현재 54명이 회생(채무 상환)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술보증기금 보증 이용 과정에서 부도 등으로 사고(채무 불이행)가 발생한 기업인으로 `신용불량자` 딱지를 달고 살았다. 모두 10년 이상 채무 상황을 하지 못한 기업가로 상당수가 2000년 전후 벤처 붐 당시 활동했던 인물로 추정된다. 캠코측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대상 기업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한차례 이상 기업을 경영했던 인물로, 프로그램을 계기로 다시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캠코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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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지원은 지난해 기보와 캠코가 체결한 `공공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 및 중소기업 지원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기보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부실 처리한 채권을 캠코에 매각했다. 캠코는 이들 채권에 대한 채무를 감면해 기업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캠코가 채권을 인수한 것은 작년 7월이다. 채무 금액은 약 5000개사 4000억원 규모다. 본격적인 채무조정에 착수한 10·11월 이후 6개월 만에 전체의 1%인 54개사(명)가 회생에 성공한 셈이다. 채무조정은 소유재산이 없는 경우 이자는 전액, 원금은 30% 감면을 원칙으로 했다. 이자 규모가 원금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예컨대 보증 이용금액이 10억원인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면 10년 후 이자만 대략 20억원을 넘는다. 이번 지원 프로그램을 적용받을 경우 이자 부담 없이 원금 70%인 7억 원만 갚으면 채무가 상환된다.

최재학 캠코 신용회복관리부 팀장은 “채무를 갚지 않은지 10년이 넘은 기업인들이어서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채무 감면 규모가 늘어나니깐 신용회복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기보와 캠코는 올해도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올해는 채무 감면 규모를 현재의 30%에서 51%로 확대한다. 인수 대상 채권도 10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언은 “열심히 사업하다가 실패한 선의의 기업가에게는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고 다시 사업할 수 있는 재기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건전한 창업자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KAIST 초빙교수)는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에 대한 도전으로 정리된다. 실패했다고 퇴출시키면 그것은 새로운 도전을 막는다”며 “기업가정신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패자부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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