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 전력피크를 줄이는 네가지

이달 초 예비전력이 400만∼500만㎾까지 떨어져 지난해 5월(900만㎾)의 절반 수준에 근접했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위기 경보체계 1단계인 `관심`이 발령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전에 전력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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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에어컨.

여름철 냉방전력은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목당하고 있다. 전체 전력수요 중 20%가량을 차지하는 냉방 수요만 적절히 통제해도 상당한 피크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전국에 잠들어 있는 비상발전기나 자가발전기의 가동을 통해 부분적으로 전력난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으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는 지금, 냉방수요를 줄이고 전력피크를 줄일 수 있는 네 가지 시스템을 소개한다.

세상은 왜? 전력 피크에 무심한가!

세상은 왜? 전기 냉방기기만 사용하는가!

세상은 왜? 효율이 높은 제품을 몰라보는가!

세상은 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잘들어, 우리는 전력 피크를 줄일 수 있는 네 가지야. 우리를 잘 활용하기만 해도 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아도 되고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전기 없이 냉방을 할 수 있고 지역별로 소규모 발전소도 운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곧 있으면 무더위가 찾아오고 전기 사용이 늘어날 테니 지금부터 우리 소개를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

◇효율 EHP=그래, 나 한때 전력 피크 주범으로 오해받았던 전기구동히트펌프(EHP)야.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시스템 에어컨이란 이름으로 통용되지. 냉난방 기기로 가장 많이 보급됐을 만큼 인기가 많아.

실외기 한 대에 실내기 여러 대를 연결할 수 있고 건물 형태와 내부 특성에 맞게 소비자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어. 또 개별 에어컨을 설치할 때보다 효율이 높아. 더욱이 전기를 사용해서 편리하고 사후관리도 쉬워. 당연히 인기가 많지 않겠어.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140만대가량이 보급됐대. 하지만 인기가 많으니 뒷말도 많아.

사용자가 많다 보니 전력 피크 원인을 제공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어. 억울한 점도 없지 않아. 생산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그래도 편리성과 효율을 따져보면 나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는 거 알아. 그래서 한마디할게. 잘 들어. 올해부터 내 몸에는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효율등급라벨이 붙기 시작했어. 1~5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이 가장 높은 거야.

앞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때에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효율이 가장 높은 제품을 선택해야 해. 최근에 EHP 제조업계에서도 에너지효율등급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1등급 제품을 찾기 어렵지 않을거야. 단, 여름이고 겨울이고 센스 없이 적정 실내온도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쯤을 알고 있겠지.

◇가스로 냉방한다=그래, 나 인기없다. 하지만 전기없이 액화천연가스(LNG)로 냉방을 할 수 있으니 전기 사용량 줄이는 데 효과적이야.

보통 나를 가스구동히트펌프(GHP), 흡수식냉온수기 두 가지로 구분해. GHP는 EHP와 구동방식은 동일해. 하지만 에너지원으로 전기 대신 LNG를 사용하지. 이 때문에 인기만 끌면 여름철 전력피크를 해소하고 가스수요 또한 일년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난 단점 또한 확실해. 진공 조건도 유지해 줘야 하고 오일교환, 플러그 교체 등 유지관리에 손이 많이 가지. 또 가스를 직접 사용하다 보니 전기를 사용할 때 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기요금 현실화야. 전기요금은 거의 인상되지 않는데 가스요금은 인상폭이 크다 보니 유지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 내가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야.

우리나라에서 내 비중은 11.3%에 불과해. 하지만 이웃인 일본 내 비중은 22.6%로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이야. 일본은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거든.

우리나라도 가스냉방 확대를 위해 올해 기준으로 연간 50억원의 지원금을 집행하고 있어. 내년에 지원금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잘 활용해봐.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고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균형을 유지한다면 나도 비싼 몸 될 수 있어.

◇전기를 만들어 쓴다=난 뭐든지 스스로 해결해. 나 혼자 전기와 열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자가열병합발전이라는 이름이 좀 어렵기 하지만 잘 기억해둬.

난 장점이 많아. 소규모 분산형 전원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발전소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무엇보다 전력수요에 바로 대처하고 정전이 발생해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유지할 수 있어. 당연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력피크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최근 나를 전력난 해소의 한 방법으로 말하는 높으신 분들도 많다고.

하지만 인기가 많은 편이 아냐. 한때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인기 좀 끌었지만 옛날 이야기야. 자꾸 일본 이야기해서 미안한데 그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설치비용의 20~5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가스공사 자체자금으로 설치비용의 5% 수준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야. 사용자 입맛에 맞는 적정 지원금 수준은 약 30만원/㎾야. 지금 가스공사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은 ㎾당 5만원이고.

어려운 이야기할 테니 잘 들어. 현재 우리나라 지원금은 총설치비의 20% 수준이야. 외국은 50% 수준이야. 부족한 부분은 전력회사(전력산업기반기금)나 정부에서 일부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발전소 건설 회피효과와 수요관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의 지원제도는 너무 하잖아. 이래봐도 나 효과만은 확실하다니까!

◇뜨거운 열로 냉방한다=난 지역냉방이야. 위의 애들에 비하면 사실 무명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곳곳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을 활용해 냉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온수나 냉수를 건물이나 공동주택에 공급해 냉방을 하기 때문에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전력 수요를 감소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급은커녕 날 제대로 아는 사람도 아직은 드물어. 현재까지 건물 532군데, 공동주택 100여 가구에 공급된 것이 고작이야.

보급이 활성화돼야 할 공동주택에 공급이 미흡한 것은 바로 경제성 때문이야. 개별 에어컨 같은 전기냉방 방식에 비해 현재의 흡수식냉동기 시설투자비가 두 배 이상 소요돼.

공동주택 분야의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지역냉방을 선택할 만한 경제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답이 나오지. 가스냉방용 액화천연가스(LNG) 요금의 신설, 지역냉방 설치 보조금의 지속운영 및 예산확대 등 숙제가 많아. 정부도 지난해 6월부터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어.

지역냉방 흡수식 냉동기 1RT(냉동톤:3320kcal/h)를 보급하면 1172㎾의 전력피크 부하를 줄일 수 있고 발전소 건설을 위해 드는 비용 16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

정부 계획대로 2013년까지 공동주택 3만호와 건물 1208군데에 나를 보급하면 전력피크부하 감소효과는 32만7000㎾에 달해. 그리고 4600억원의 발전소 설비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지.

특히 현재 국가 과제로 개발 중인 제습냉방기는 지역냉방 보급을 활성화할 기대주야. 사람들 앞에는 2013년쯤 본격적으로 얼굴을 보일거야. 이 정도면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도 되잖아.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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