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을' 카타르 '갑'~ 바로 이것 때문에…

[해외자원개발 허와 실] <2> LNG 블랙홀, 중동 `카타르`

`760만톤·48억9000만달러`

지난 2010년 우리나라가 카타르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 규모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소비한 LNG의 80%는 카타르·예만 등 중동산이다. 이들 중동국가들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적으로 중동산 LNG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미국이 수입하는 가격보다 두 배 높게 사오고 있다. 부존자원 부족 국가의 한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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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북동부 노스필드 해상에 위치한 천연가스 시추 시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동쪽으로 80㎞. 허허벌판을 지나 자동차로 약 1시간 이상을 달리자 높은 굴뚝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카타르 산업 중심지인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도착은 그렇게 알 수 있었다. 산업단지 입구에서 다시 차로 5분정도 달리자 카타르 국영 LNG기업 `라스가스` 사옥이 나타났다.

간단한 안전교육을 마치고 LNG생산기지로 들어갔다. 천연가스를 함유한 바닷물이 흐르는 거대한 파이프라인과 영하 163℃로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시설(트레인), 고층 건물만한 LNG 저장고와 막대한 에너지 소비에 대비한 발전시설 까지. 라스가스의 LNG생산기지를 차로 둘러보는데만 1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산업단지 도로 끝자락이 보이는 순간 LNG운반선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가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LNG는 이곳을 출발해 한국가스공사의 인천·평택 LNG터미널로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니 초록빛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카타르 보유 천연가스의 대부분이 부존하는 노스필드 해역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곳이 사실상 카타르 부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라스라판 관계자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수입=LNG 다소비 국가인 우리나라는 카타르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일국가에 대한 LNG 수입의존도가 높다. 오만, 예멘을 포함하면 LNG 도입에 있어 중동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LNG 소비의 절반가량은 중동산 LNG로 이뤄진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와 카타르의 교역 상황에도 잘 나타난다. 2009년 우리나라의 대 카타르 수출액은 13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입액은 84억달러를 넘어섰다. 철강·자동차·건설 분야에서 올린 수출 실적이 LNG·원유·액화석유가스(LPG) 등 에너지원 수입에 묻혔다.

더 큰 문제는 LNG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다. LNG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공급선은 중동 일색이다보니 도입 계약에 있어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다.

라스가스에서 LNG를 검수를 담당하고 있는 강영환 가스공사 차장은 “카타르 등 중동국가는 우리나라의 LNG 수급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카타르 측은 우리나라가 당장 신규 도입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계약에 활용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우리의 약점이 카타르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유럽·미국보다 비싼 가격에 중동산 LNG를 구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LNG 물량에는 `아시안 프리미엄`이 붙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동에서 들여오는 LNG 단기 물량은 100만BTU(LNG 열량단위·1BTU는 0.29307Wh)당 9달러다. 이는 미국이 구입하는 4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유럽보다는 2달러가량 비싸다. LNG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프리미엄이 최고 20%를 넘는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직접 또는 인근에서 LNG가 생산되지 않아 대안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중동산 LNG를 사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은 카타르 등 주요 LNG 생산 국가들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공급선 다변화를 실현하기 이전에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딘 머레이 라스가스 장기계약 담당은 “호주나 미국 등지에서 가스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 일본 등 주요 LNG도입 국가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투자가 당장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시장에 물량이 풀리기 이전까지는 중동에서 생산하는 LNG가 아시아 시장에서 주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LNG 교역국가 카타르=카타르(189억톤)는 러시아(328억톤), 이란(219억)에 이은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막대한 LNG 보유량을 바탕으로 세계 약 15개 국가에 LNG를 판매하고 있다. LNG는 카타르의 오일머니를 구축하는 핵심 자원이다.

LNG 수출이 카타르 총 수출액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카타르는 연간 6000만톤의 LNG 생산량을 올해 말까지 7700만톤으로 늘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3대 대륙, 15개 국가에 LNG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카타르의 최대 고객은 우리나라다. LNG도입을 전담하는 한국가스공사는 단일 기업으로 세계 최대 LNG 바이어다. 2010년 3200만톤을 구매했다. 2위인 일본 도쿄가스(1080만톤)에 비해 무려 세 배다. 이러한 가스공사가 최대 물량을 수입하는 국가가 카타르다.

1999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492만톤의 LNG를 공급받는 장기계약을 체결했고 2007년에는 2026년까지 연간 210만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특히 2008년에는 단기계약을 포함해 최대 900만톤을 도입하며 최대 고객으로서의 지위를 다졌다.

2010년 라스가스로부터의 도입물량은 약 760만톤으로 그해 한국 전체 LNG 도입물량(3181톤)의 24%를 차지한다.

◇대안은 없나=현재 우리나라 LNG공급선은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 이 지역에서 공급받는 LNG물량이 우리나라 전체 소비물량의 80%를 상회한다. 정부는 공급선 다변화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지만 한계는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1월 미국 새바인 패스와 장기 LNG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부터 연간 350만톤 규모의 LNG를 인수할 예정이다. 계약가격은 입방피트당 2달러 내외로 여기에 물류비와 고정비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LNG도입 평균가격 14달러보다 평균 30%가량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LNG 구입가격은 입방피트당 14달러 정도다. 국제 유가 등 변동사항이 있지만 미국산 LNG는 수송비·고정비를 포함하면 8.5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와는 퀸즐랜드 글래드스톤 LNG 프로젝트를 통해 2015년부터 연간 350만톤의 LNG를 20년 동안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도입예정물량은 국내 연간 소비량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러시아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도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다. 지경부가 PNG공급계획 발표 당시 자료를 보면 2007년 기준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PNG는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LNG가격보다 18%가량(톤당 89달러) 싸다.

하지만 가격적인 이점을 논하기 이전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공급 대안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양기철 가스공사 중동지사 차장은 “이르면 2015년부터 호주를 시작으로 LNG 공급선 다변화가 실현되고 자원개발을 통한 생산 물량 또한 늘어날 것”이라며 “구매처를 분산해 우리나라의 바잉파워를 극대화하고 셰일가스 등 비전통 자원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LNG 도입 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스공사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동석 부장(팀장) dskim@etnews.com 함봉균·조정형·최호·유선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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