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2부 <5>융합IT부처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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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지난 4년간 한국 ICT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IT특보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잘못된 키를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통신장비 회사 A사장)

#2011년 9월 15일 정전 사태 발생 이후 수 개월간 지식경제부에서 ICT 관련 논의가 사라졌습니다. 지경부에서 ICT 부문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생각합니다. (정부부처 B국장)

지난 2008년 정통부 해체로 대변되는 정부 조직개편 후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ICT 산업 경쟁력 저하를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ICT 정책을 밀도 있게 이끌어갈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필요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세계는 이미 ICT가 각 국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근접한 것도 정부 주도하에 짧은 기간 만들어낸 ICT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

한국 ICT 역사는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프로젝트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주요 전자 기업들과 함께 국가적 프로젝트로 전전자교환기 개발에 나섰고 노하우는 CDMA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기술적 바탕에 정부는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을 주도했다. 세계 최고 수준 초고속인터넷 환경이나 2·3·4세대(G) 망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 유일의 이동통신 환경도 이런 정책의 성과다. 전자정부, 조선, 자동차 등 행정 효율성과 전통 산업 경쟁력 업그레이드에도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ICT 산업 자체가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다른 산업을 이끌어 갈 필요조건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지식경제부가 있다.

◇융합 시너지 vs ICT 답보=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점은 현 지경부 체제의 성과다.

자동차, 조선, 바이오 헬스, 신재생에너지, 가전, 나노,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ICT 융합은 각 산업 경쟁력을 배가했다.

SAN을 탑재한 선박 수주의 성과나 ICT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산업의 발전 가능성, 첨단 의료산업 등 그 성과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성과는 향후 산업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한다.

ICT 산업은 그 자체로 갖는 의미보다 다른 산업과 융합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요소제로서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향후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소프트웨어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현재 ICT 융합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 체제가 만들어낸 ICT 산업 발전이 지난 몇 년간에 비해 속도감을 잃었다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제기된다. 산업간 융합 시너지도 ICT 산업 자체의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경부 내 ICT 정책 비중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산업적으로 서비스와 제조가 분리된 상황에서 ICT 산업 진흥에 대한 폭넓은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부분은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최근 ICT 산업에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더 부각되는 문제다.

◇32분의 1=지경부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을 얘기할 때 나왔던 말이 32분의 1이다. 정부 조직개편 직후 지경부에서 ICT와 직접 업무 연관성이 있는 조직을 따져 나왔던 평가다. 물론 지금은 당시보다 비중이 훨씬 커졌지만 국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지경부 정책 범위에서 ICT 비중은 독임부처 시절의 그것과 비교된다.

실제로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ICT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인상을 줬다. 작년 9.15 정전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고 원전사고 때도 그랬다. 작년 말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전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수개월 간 지경부의 주요 정책 자료나 장차관의 주요 일정은 모두 당시 해당 사안 해결에 집중됐다. 그 만큼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1년 내내 ICT 산업에 대한 정책 연속성을 가져갔던 정통부 시절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현재 지경부에서 외형적으로 ICT 산업을 국 단위 조직에서 총괄하면서 다른 부처 간 조율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며 지경부내에서 가장 큰 조직이 됐지만 여전히 국 단위 조직이라는 한계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범부처 융합사업에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런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10년 후를 보자=현재 정치권 등 각계에서 ICT 독임제 부처 부활, 부처 간 ICT 조직 통폐합 등 다양한 거버넌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부처나 산업 간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 등에 따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이 다르다.

이 가운데 대체로 ICT 독임부처 부활 논의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지경부가 융합IT의 중요성을 내세워 다른 산업군과 IT조직이 함께 있는 조직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 중이다.

이전 정부(정통부)가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전후방 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시점과 달리 산업의 무게 중심이 단말 혹은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으로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일사불란한 정책 추진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급변하는 ICT 상황 하에서 잘못된 방향 설정에 대한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융합IT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선도적인 첨단 IT 정책 추진을 위한 보완을 이뤄야한다는 자성도 없지 않다.

올해 초 정보통신부 전직 장관들이 모였던 자리에서 배순훈 전 장관은 “10년 전과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새 시대에 맞는 거버넌스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의 한 사장은 “다양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10~20년 후 한국경제를 생각할 때 가장 효율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라며 “부처 간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에 의한 거버넌스 논의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gov@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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