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닌 아키코 지음, 아덴슬리벨 펴냄
여기 긴 여행을 준비하는 엄마가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거든요. 딸이 눈에 밟힙니다. 임신 중 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지만 방사능 치료는 뱃속의 딸에게 위험하다기에 출산 후 뒤늦게 치료를 시작했지만 결국 늦은 겁니다.
딸과 하루라도 더 있고 싶은 엄마는 뒤에 남을 딸을 위해 글을 씁니다. 나중엔 글 쓰는 것조차 힘들어 녹음을 하고, 이를 출판사 편집자가 글로 옮기는 식으로 원고를 모았습니다. 그렇게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투병일기, 그리고 러시아인 남편과의 사랑 이야기,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담은 결과가 이 책입니다.
읽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뭉클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하는 이 책의 백미는 역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싸움과 화해, 공부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으레 하기 마련인 주제도 있지만 다이어트, 생리, 섹스 등 `어쩌면 이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세부적인 주제를 진솔하고 차분하게 풀어갑니다.
“엄마는 어쩌다 한 번쯤 학교를 빠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어느 엄마가 쉬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물건이나 장소)과 가까이 있어서 자신이 매일 상처를 받는다면 가능한 한 빨리 거리를 두렴.”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는 그냥 참고 있지 말고 무조건 도망치려무나.” 딸을 홀로 두고 떠나는 엄마의 간절함이 배어나는 구절입니다.
“세상에는 만물에 적용하는 엄청난 것이 있어. 바로 `시간`이라는 거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해 주지. 때로는 흘러가는 시간에 네 자신을 맡겨 보는 것도 괜찮아.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이 아닌가 싶어.” 이 정도면 이름난 철학자나 종교인들의 깨달음에 비견할 만하지 않은가요.
그런가 하면 “엄마는 어렸을 적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단다. 그런데 정작 어른이 되니 계속 아이인 채로 지내고 싶더라. 이상하지? 어쨌든 어린 시절은 기니까 그러려니 해야 해.”처럼 눈높이에 맞춘 대목도 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을 사랑할 겁니다. 다만 색깔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서툴어 채 못하는 경우는 있겠지요. 그런 이들에게 눈물 쏙 빼는 이 책을 권합니다. 읽고 선물하고, 읽히고 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대신 전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적어도 읽는 이가 부모든 자식이든 마음을 착하게 해줄 겁니다.
* 책 속의 한 문장: “어른도 종종 틀린 말을 할 때가 있단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 하는 어른도 많아. 그러면서 아이에게는 무조건 자기 말을 들으라고 하니 아이들도 고생이 많아. 그렇지? 그럴 때는 말을 듣는 척만 하렴.”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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