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30년 허와 실, 그리고 과제] <1회> 자원개발사업 명과 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1년 주요 석유가스 기업 순투자액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유가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97%, 금속광물자원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자원수급 및 시장변동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에너지안보의 실상이다. 정부는 에너지안보를 위한 아젠다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각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북미·남미·중동·아시아 5개국 현장을 찾아 자원개발사업이 안고 있는 `허와 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7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자원개발 30년 허와 실, 그리고 과제] <1회> 자원개발사업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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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2007년부터 사업에 참여한 베트남 15-1 광구 전경.
[자원개발 30년 허와 실, 그리고 과제] <1회> 자원개발사업 명과 암

“우리나라는 자원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집니다. 어렵게 현지 정부와 관계개선을 해놓으면 한국의 정권교체로 자원개발 정책이 매번 변경돼 현장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긴 안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중남미 자원개발 현장에서 만난 한 공기업 직원의 쓴소리다. 우리나라의 자원외교는 정권이 바뀌면 자원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자원개발 공기업이 전문 인력을 뽑아 현지에 파견하더라도 투자지원 등 정책이 바뀌면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규창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은 “해외자원개발은 업무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력을 현지에 파견하고 정권에 상관없이 임기를 보장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이 순손실만 1800만달러로 추산되고 매장량 또한 세배 이상 부풀려진 부실덩어리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현재 탐사중인 5개 광구 사업에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 사업의 성패를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쿠르드 유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갑론을박은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익명을 요구한 자원개발업계 한 고위 임원은 “자원개발업계는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은 사실상 막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가 원하는 원유는 나오지 않는다”며 “진실은 해당사업을 추진한 공기업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볼리비아 현지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로 이뤄진 한국컨소시엄이 볼리비아 광물공사와 리튬 배터리 사업을 위한 양극재 조인트벤처(JV) 설립에 합의하는 기본합의서(HOA)에 서명했다는 소식이었다. 2~3년간 물심양면으로 공을 들인 열정과 기술의 세레나데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볼리비아 리튬 사업의 진정한 성공은 우유니 염호에서 리튬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볼리비아와 2차전지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해도 주원료인 리튬 추출에 우리가 참여하지 못 할 경우 사업의 가치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볼리비아는 리튬 개발 및 산업화 전 과정을 해외에 넘긴다는 기존 입장에서 현재 리튬개발사업은 직접 추진하기로 노선을 변경한 상태다.

볼리비아 사례는 우리나라 자원개발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신규 자원개원 시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나가는 사례로 홍보하고 있지만 진정한 알짜 사업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석유공사 이명헌 캐나다 하베스트 사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자원개발사업 특성상 오랜 역사와 경험을 가진 메이저 기업도 탐사에 성공하는 비율은 최대 30%에 불과하다”며 “국제유가, 자원탐사·개발·생산 기술, 국제정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도 성패가 엇갈리는 만큼 단면만 보고 성·패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사업을 두고 발생하는 잡음 역시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뒷받침 됐을 때 비로써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가스 자원개발 시장은 더욱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화 전략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지만 경쟁국가와의 경쟁에서는 여전히 열세다.

석유전문 정보지인 PIW가 발표한 100대 석유회사(매장량 및 일생산량) 순위를 보면 한국석유공사는 72위에 머물고 있다. 지금까지 6번의 M&A를 거쳐 대형화를 추진 중인 국내 최대 석유개발기업이지만 갈 길이 멀다. 자주개발률 또한 제고의 여지가 크다.

지난해 기준으로 프랑스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105%, 이탈리아는 56%, 중국은 30%를 기록했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도 23%를 기록하며 우리나라(13.7%)에 앞서 있다.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다. 지난해 석유공사가 석유개발에 56억달러를 투자하는 동안 시노펙, 페트로차이나는 각각 222억달러, 450억달러를 쏟아 부었고 인펙스(일)도 100억달러를 투자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확보 경쟁이 치열한 오일샌드 같은 유망 석유자산 확보전에는 참여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55건의 오일샌드 자산거래가 이뤄졌다. 그 중 절반이 넘는 28건은 최근 4년 동안 진행됐다.

최근 대형화 작업으로 부채비율이 193%, 총 17.7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석유공사가 신규 투자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공격적으로 오일샌드 자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 2009년 아시아 국가들의 거래 비중은 85%를 기록했으며, 2010년 59%, 2011년 87%를 기록했다. 올해도 불과 1분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거래의 48%를 아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석유의 대체재인 액화천연가스(LNG) 개발도 녹록치 않다. 한국가스공사가 LNG 개발 및 도입을 전담하고 있지만 투자재원과 인력 부족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LNG 도입에 있어서는 카타르, 오만, 예멘 3개국 의존도가 절반을 넘는다. 최근 셰일가스 증산으로 북미지역의 천연가스가격이 급락했지만 중동도입 일변도인 현 상황으로 인해 LNG 도입에 있어 가격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영욱 볼리비아 한국대사는 “볼리비아 역시 양질의 자원은 이미 중국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확보한 상황”이라며 “현지의 정보력, 정부의 지원, 민관의 열정을 융합시킬 수 있는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국무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고 실무는 지식경제부가 맡고 있다.


표> 국가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표> 주요 석유가스 기업 순투자액 (단위 : 백만달러)

자료 : 각사 애뉴얼 리포트


특별취재팀=김동석부장(팀장) dskim@etnews.com 함봉균·조정형·최호·유선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