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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닦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물과 걸레면 그만이다. 하지만 루브 골드버그 대답은 달랐다. 그는 바나나껍질, 말발굽, 물 조리개, 강아지, 스탠드 형 재떨이를 준비했다. 지나가는 행인이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지면 반대쪽에 연결된 말밥굽이 위로 던져진다. 말발굽은 물 조리개가 연결된 줄에 걸려 흔들거리면서 물을 뿌린다. 창문이 젖고 그 밑에 있던 강아지가 비가 오는 줄 알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재떨이를 흔든다. 재떨이에 연결된 대걸레가 오가면서 창문을 닦는다.
물을 뿌리고 걸레로 창문을 닦으면 될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런 형태의 구조를 `루브 골드버그 장치`라고 한다. 단순한 장치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가진 이 장치 주인공 루브 골드버그는 미국의 유명 풍자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는 최소한의 일을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투자하는 비효율 장치를 스케치해 신문에 게재했다. 현대인의 복잡한 일상을 풍자한 이 만화가 과학 기술과 창의력을 익히는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퍼듀대에서는 1987년부터 매년 `루브 골드버그 장치 대회(Rube Goldberg Contest)`를 개최한다. 지역 예선을 거쳐 전미 대회까지 이어지는 큰 대회다. 대회 특징은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20회 이상 기계적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과제는 풍선을 부풀려 터트리기였다. 참가한 학생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300여개 단계를 거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일본에서도 `피타고라스 스위치`라는 이름으로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창의력 개발과 집중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TV 프로그램에 방영될 정도로 인기 있는 대회다.
국내에서도 이 장치를 과학교육에 활용한 대회가 열린다. 국립과천과학관(관장 최은철)에서는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고 팀 단위 해결을 통해 협동심을 기르는 `제 1회 국립과천과학관 골드버그 대회`를 8월 14일 개최한다. 과제는 올해 퍼듀대 대회 과제와 같은 `풍선 부풀려 터트리기`다. 참가 학생들은 최소 10단계 이상 과정
을 거쳐 과제를 해결하는 장치를 4시간 안에 제작해야 한다.
참가 희망팀은 예선과제 수행계획서를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이메일로 제출하고 6월 7일 본선 진출팀을 발표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과천과학관 홈페이지(sciencecenter.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