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반대에도 지질학이라는 생소한 비인기학과에 진학했던 이유는 고생물학에 대한 순진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비록 길고 생소한 화석 이름에 질려 곧 생각을 바꾸었지만 말이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나는 광물학을 선택했고, 박사과정동안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나를 나노세계는 지오폴리머 연구로 이끌었다. 이제 과학자로서 나의 꿈은 탄탄한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오폴리머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호주와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지오폴리머는 점토광물같은 알루미늄규산염 물질을 알칼리와 화학 반응시켜 만드는 대체시멘트 물질이다. 시멘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멘트 원료를 1450℃까지 가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900㎏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지오폴리머는 화학반응만으로 만들 수 있고, 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석탄재를 원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멘트에 비해 80%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효과와 폐기물을 자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나는 지질학이라는 자연과학에서 출발해 세라미스트, 재료학자과 일할 수 있었다. 현재는 천연광물로부터 유용한 금속, 비금속 물질을 분리하는 자원공학자들과 일하고 있다. 나의 광물학 지식과 전자현미경 분석기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했던 경험은 지오폴리머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다.
학제 간 융합연구, 서로 다른 학문 사이의 소통이 화두다. 내 분야만 하고 내 분야 사람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외국 과학자들과 교류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고정관념을 허물고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마음을 열고 볼 일이다. 널리 알수록, 많이 해볼수록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일에 늦나보다. 결혼이 늦으니 엄마도 늦게 됐다. 늦은 나이에 안팎으로 바쁘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 덕분에 엄마의 행복도 누리고 있어 한없이 감사하다. 여성과학자가 결혼과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결혼을 언제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 묻는 후배들이 많다. 모두들 `때`에 대해 고민하지만 `어떤 사람`과 해야 하는 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전문직 기혼 여성들이 일에서 성공하려면 남편의 지지가 필수다. 남성들의 인식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양성평등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다.
여성도 집이 편해야 밖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다. 말할 필요 없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그 사람이 아내의 호기심, 열정, 자아실현 욕구를 자신의 것만큼 중요하게 인정하고, 기꺼이 짐을 나눠지고 응원을 보내준다면 최상의 선택이다. 자연인으로서 나의 꿈은 우리가족의 행복이다. 이 꿈이 과학자로서의 나의 꿈과 사이좋게 점점 커져 꼭 이루어지리라 믿어본다.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crystal2@kigam.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