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IT벤처 A사 대표는 최근 서울에서 비즈니스 미팅 중 직원으로부터 급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보증료 512만원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 카드결제가 된다고 해 걱정하지 않았으나, 금액이 500만원을 넘으면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5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납부하라고 지시하자, `분할납부가 안 된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회사는 여유자금을 어렵게 마련해 보증료를 냈다. 회사 대표는 “중소기업은 현금 100만원이 없을 때도 많다”며 “500만원까지는 카드가 되고 500만원을 넘으면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양대 신용보증기관 가운데 기술보증기금(기보)만이 매년 한차례 기업에서 받는 보증수수료에 카드결제 한도를 둬, 업계 불평을 사고 있다. 기보는 2002년 보증료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도입했지만 2010년 7월부터 그 한도를 500만원으로 제한했다. 예컨대 보증료가 500만원이면 카드로 납부할 수 있지만, 501만원 등 500만원을 넘어서면 전액 이체 등의 방식으로 현금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평균 보증료율 1.26%를 감안하면 대략 보증이용규모가 5억원을 넘으면 보증료가 500만원을 넘는다. 기보의 업체당 보증한도는 운전자금이 30억원(기술집약형 중소기업 50억원, 무역금융 70억원)이며, 시설자금은 최대 100억원이다. 상당수 기업이 보증료로 500만원 이상 납부하는 셈이다.
기보는 이같은 조치에 비용 부담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기보가 카드사에 납부하는 결제 수수료율은 1.8%로 수준이다. 기보 관계자는 “카드로 납부해 수수료가 깎이면 기관에 손해가 발생한다. 현금을 들고 와서 내는 기업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이체로 납부한다”며 `비용처리가 되는데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정확히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카드 결제를 하면 “매년 10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는 신용보증기금(신보)은 한도 없이 카드결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신보 관계자는 “기보가 카드 수수료 납부 한도를 뒀는지 전혀 몰랐다”며 “500만원 이상에 대해서만 현금을 납부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전액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보는 지난해 보증료 카드납부로 10억43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신보측은 “카드 수수료가 비용이기는 하지만 고객 편의를 감안해 없애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액수에 관계없이 이런 불편은 고스란히 기술벤처기업에 전가된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업무 중복을 이유로 양 기관과 `보증업무 특화 및 중복보증 해소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보는 창업·수출·영세소기업과 시설자금지원 보증기관으로, 기보는 벤처·기술혁신형(이노비즈) 기업 등 기술기업 전문기관으로 특화했다. 두 곳이 모두 보증 지원하는 경우 한곳이 전담하는 `주거래 보증기관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중복 보증 비율은 기보 기준으로 지난해 기준 10% 미만으로 내려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표]기술보증기금 보증한도
※자료:기술보증기금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