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청년 창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에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거래소 설립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국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벤처 M&A를 촉진하기 위한 대안이다. 전문가 시각은 긍정적이다. 없던 시장이 생기는 만큼 M&A 관심이 있던 매수자와 매도자가 만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만 열어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우선 M&A는 철저히 보안 속에 진행해야 한다. 특정 기술·사업부 또 회사 전체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파장은 막대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기업도 M&A시장 참여를 원치 않을 것이다. 시장이 일순간에 개점휴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 정보 비밀유지가 어렵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M&A거래소를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좋은 제도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시장에서 믿고 거래할 수 있어야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오고 많은 기업이 매수에 참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M&A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대주주·소액주주 등 관계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며 “철저한 비밀속에 잠재 매도자와 매수자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A거래소와 함께 적절한 기업과 기술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기반도 요구된다. 가액 산정에 참고할 사례가 많지 않고, 이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래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국내에서 M&A가 활성화하지 않은 데는 매물이 적은 것도 있지만 두 거래 주체 간의 가치 인식차도 크다. 한정화 교수는 “M&A를 하다보면 변수가 여러 가지며 이를 넘지 못하고 깨지는 경우가 많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를 줄이면서 협상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으로 등록하고 이를 지켜주고 인정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스타트업 기업은 보유 기술을 바로 IP에 올리는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사람”이라며 “사람은 M&A과정에서 빠져 나갈 수 있지만 IP는 불가능하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은 핵심기술을 IP로 만들겠다는 인식이 강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벤처 생태계에서 절대 필요한 게 바로 M&A다. 창업자·엔젤투자자·벤처캐피털에게 중요한 중간 자금 회수 시장이 M&A다. 대기업·중견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M&A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창업도 챙겨야 하지만 창업 후 자금 회수시장인 M&A도 키워야 한다”며 “창업을 육성했지만 이들의 퇴출 통로가 막혀 정부가 막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10년 넘게 떠들었지만 M&A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세제 지원 등 시장 동향과 업계 의견을 수렴해 M&A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새누리당 벤처기업 M&A거래소 개요
※자료:새누리당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