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발` 제2 벤처 붐](중)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국내에도 매각을 타진했는데 제대로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회사 보유 기술은 모바일이 핵심입니다. 앞으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올라웍스 인텔 매각에 관여한 벤처캐피털업체 고위 임원의 말이다. 국내 기업이 인수하지 않은 아쉬움과 함께 안일한 인수합병(M&A) 인식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Photo Image

미국 실리콘밸리와 다른 우리 현실이다. 실리콘밸리 지역 매체를 보면 하루가 멀게 `빅딜(대규모 M&A)` 뉴스를 접한다. 규모가 작은 딜은 언론에 오르기도 힘들다. 비슷한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M&A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대기업 등 매수 주체의 소극적인 M&A 자세다. 자체 연구개발로 기술을 제품을 만드는 게 관행이어서 외부에서 신기술을 도입하려는 의지가 약하다.

`기술·인력 빼내기` 관행도 M&A 부진 요인이다. 기술을 제 값에 사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가거나 하도급 형태로 기술 보유업체를 하청업체로 전락시킨다. 장기적인 로드맵 부재도 거론된다. 글로벌 IT대기업은 장기 계획을 갖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다. 로드맵은 스타트업 기업도 동일하다. 똑같이 개발 기회를 주고 제품이 나오면 제 값을 주고 산다. 외부 기술을 내부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충실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제대로 된 로드맵이 없다. 신기술을 평가하는 능력이 떨어져 제대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지금까지 자체 혁신으로만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이를 고집하면 외부 혁신 방식을 함께 채택한 글로벌 IT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이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 관료주의·매너리즘에 빠져 혁신이 어렵다. 벤처 정신처럼 절박함이 있어야 혁신 할 수 있다”며 “국내 대기업도 외부 혁신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빨리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기업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 융·복합화로 기술 하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다른 회사의 여러 기술을 접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2088개 벤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 90.1%는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매각을 준비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은 0.9%에 불과했다. 세부 통계는 없지만 상당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은 기업 공개(IPO)보다는 매각을 고려한다. 회사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과감히 매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창업자를 보면 지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좋은 기술도 타이밍을 놓치면 가치가 떨어진다. 자금·경영 능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매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노력한 대가를 받는다.

M&A에 대한 사회 인식 전환 목소리도 높다. `돈 되면 무조건 한다`라는 대기업의 잘못된 사업 확장 방식도 문제지만 인수 자체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종술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대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면서 좋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기업 인수에 관심을 갖지만, 국민 저항감이 심해 주저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사업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대기업이 빵집을 열면 문제지만 회사 미래 비즈니스와 관련한 핵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수를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