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출판사 전자책 가격 담합 밀월관계 끝나나

美 사법부, "두고볼 수 없다" 반독점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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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출시되기 직전인 2010년,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출판사 대표들이 분기마다 여는 비공식 모임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출판사들은 아마존 전자책 판매 관행을 두고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유통해 관련 시장의 90%를 독점하며 전자책을 평균 9.99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 출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자책 정가의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야 했다. 잡스 CEO는 이 자리에서 “출판사들이 가격을 정하고 우리가 30%를 가져가는 중개 모델로 가자”며 “소비자가 더 돈을 내야겠지만 어차피 출판사들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라고 제안했다.

스티브 잡스와 대형 출판사 대표들 간 은밀한 협력이 발각됐다. 미국 법무부는 12일 애플과 대형출판사 5곳이 전자책 가격 책정과정에서 가격인상을 담합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사이먼앤드슈스터, 해체트, 펭귄그룹, 하퍼콜린스, 맥밀런 대형출판사 5곳이 전자책 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애플은 전자책 판매 시 30%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피고들의 공모와 단합으로 인해 소비자는 수천만달러의 추가부담이 생겼다”고 밝혔다.

애플과 출판사들이 협력하기 전 전자책 가격은 아마존의 `도매 모델` 방식으로 책정했다. 출판사들은 전자책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아마존 때문에 전자책 정가의 50%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해야 했다. 아마존은 절반 가격에 전자책을 넘겨받고 판매가도 직접 정했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 파이어`를 출시하면서 마케팅 전략으로 베스트셀러 전자책 가격을 9.99달러까지 내리면서 생태계는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때 애플이 출판사들에 손을 내밀었다. 출판사들이 가격을 자체적으로 정하면 애플은 판매 수익의 30%만 가져간다는 중개 모델을 제시했다. 다만 다른 유통업체에서 해당 전자책을 더 싼 가격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결국 출판사와 애플의 담합으로 아마존 역시 중개 형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현재 10달러짜리 베스트셀러 전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소송에서 미 사법부는 도매 모델로 회귀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 애플이 출판사에 요구했던 최저 가격 공급 조건도 무효화하자고 요구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애플과 출판사의 가격 담합에 유감을 표하면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연맹은 성명에서 “이들의 가격 담합과 중개모델로 인해 소비자는 한 해 2억 달러를 더 지급했다”며 “당국의 신속한 조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애플과 4개 국제 출판사들은 유럽연합(EU) 측에 전자책 가격담합 조사를 종료해줄 것을 제의해왔다고 EU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EU는 작년 12월 애플과 4개 국제 출판사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착수했었다.


◇애플-대형출판사 담합 고소 일지

애플-출판사 전자책 가격 담합 밀월관계 끝나나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