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올라와 있는 특정 정보를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립하기 시작했다. 문화부는 온라인 불법 도박을 뿌리 뽑는다는 명분을 들어 권리를 달라는 입장이지만 방통위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11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문화부는 온라인 불법 도박 정보 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문화부 정책의 핵심은 인터넷 사설 토토나 불법 사행 게임에 대한 처벌 강화와 관련 정보 확산 차단이다. 사행성 게임 피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빠르게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화부는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임시조치 대상에 `사행행위 정보`를 추가하자고 건의했다. 국민체육진흥법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을 개정, 문화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불법사행산업감시·단속센터가 직접 포털에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근을 임시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넣을 방침이다.
온라인에서의 스포츠 토토 유사 행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관련 정보를 삭제하거나 임시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운영되는 불법 사행 게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불법 도박 시장은 무려 8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온라인 사행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반발했다. 정부 기관의 표현물 검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다 실효성도 의심스럽다는 이유다. 임시조치는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 개인적 피해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들 때 취하는 조치로, 사설 토토 정보에 적용하기엔 법 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망법에 이미 사행행위 정보의 유통을 금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임시조치 조항을 신설하기보단 이 조항을 적용해 신속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자는 이미 사행 정보 삭제 의무를 지고 있으며 실제로 사업자 자율로 삭제 및 이용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법 개정의 실효성이나 실익이 커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부 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불법사행산업감시·단속센터가 인터넷 표현물의 내용을 직접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