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신임 한국정보과학회장(ETRI 창의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소프트웨어(SW) 분야 최고 전문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5년 동안 리눅스 운용체계(OS)를 개발했다. 그가 주도한 총 여덟 개 버전 리눅스 OS는 기술 이전을 통해 산업계에 널리 쓰이고 있다.
김 회장이 처음부터 연구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당시 문득 교수가 된다면 평생 논문만 써야 한다는 사실이 허망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그 길로 ETRI에 편지를 쓰고 연구계에 투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SW가 지금까지도 활용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김 회장은 비교수 출신 첫 학회장이다. 그래서 여느 학회장과는 다를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가 많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는 취임 이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술교류를 추진한다. 항공우주학회, 방송공학회와 협력도 준비 중이다. 학회 내 여성위원회를 만들고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회원제와 외국 유학생 초청제를 신설하는 등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국내 대표 SW 학회장의 책임감은 가볍지 않다. 김 회장은 SW 산업에서 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개방과 공유에 인색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SW는 물론이고 전체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는 셈이지요. 지금까지는 덩치를 키워왔다면 이제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가 처음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하던 1980년대에는 양적 성장을 위해 시장 확대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품질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개발·코딩 인력보다 QA(Quality Assurance)인력이 배가 넘는다”며 “이런 체계를 가진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제 품격 높은 SW를 만들기 위해 집중투자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KTX 이론`이다
10년 계획 국가사업으로 추진된 KTX 프로젝트가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듯이 SW산업을 퀀텀 점프 시키기 위해 국가차원의 대규모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KTX가 도입되면서 거기에 맞춰 선로 시스템, 역사(驛舍), 서비스, 생활방식이 바뀌었다”며 “SW 진흥정책도 장기, 대규모,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면 산업과 연관된 많은 요소들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