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봄' 인데 야구게임은 아직 '한겨울 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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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해 프로야구가 화려하게 개막했지만 야구 게임 시장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선수의 이름과 얼굴을 게임에 쓰는 대가,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싸고 선수협과 게임 업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양측은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문제는 `돈`이다. 선수협이 상식을 뛰어넘는 대가를 고집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선수협이 표면에 내세우는 명분은 `불공정 계약`이다. 선수협은 지난 2011년 1월 전임 집행부와 NHN이 맺은 퍼블리시티권 계약에 뇌물이 연관됐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지난달 9일 선수협은 NHN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NHN은 뇌물 혐의가 인수한 자회사 대표의 일이기 때문에 자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뇌물 혐의 역시 현재 재판 진행 중으로 섣불리 유죄 여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계약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2015년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외국보다 돈 50% 더 내라=선수협은 NHN이 사과와 담당자 징계를 요청했다. 기존 계약이 불공정하므로 재계약도 요구했다. 겉으론 도덕성 분쟁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선수협의 핵심 요구는 로열티 인상이다.

자세한 계약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선수협의 퍼블리시티권 대가는 야구 게임 매출의 4∼5% 수준이다. 은퇴 선수 모임인 일구회가 1%, KBO가 5%를 받는다. 야구 게임 업체가 내는 전체 대가는 매출의 10% 내외다.

선수협은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 9%를 요구한다고 알려졌다. 선수협은 엠블럼이나 기록 위주의 KBO보다 선수의 가치가 더 높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선수협 요구를 받아들이면 로열티가 50% 가까이 늘어난다. 제조업에서 매출의 15%면 수익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일부 야구 게임 업체는 15%를 내면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야구 게임 업계는 로열티로 매출의 10% 수준을 낸다. 김선웅 선수협 측 변호사는 “일본 선수협 관계자를 만났는데, 총 매출의 10% 상당의 로열티 수익을 받고 있다”며 “이 가운데 60%를 선수가, 40%를 구단이 가져간다”라고 말했다.

선수협 측이 외국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게임 업계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절반을 더 달라는 요구는 심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KBO와의 로열티 상승은 게임사들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법적 분쟁 총읽기, 갈등 조정 필요하다=선수협 주장이 그대로 수용되면 스포츠 게임 전체의 로열티가 터무니 없이 올라갈 수 있다. 게임 업체의 부담은 가중돼 스포츠 게임 시장 자체가 위축된다. 이는 다시 프로 스포츠의 인기 하락으로 이어진다.

법률 전문가들은 선수협이 계약해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뇌물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며, 불합리한 계약이었다는 명확한 법적 증거를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선수협이 서비스중지가처분 신청 등 법정투쟁에 들어갈 경우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다. 조정신청이나 중재 등 원만한 해결책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초상권이나 라이선스 로열티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그 가치에 따라 계약이 천차만별로 이뤄진다”면서 “적정한 가격의 합의가 필요하며 제3의 외부 기관의 중재요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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