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함께하는 미래노트]이명철 KAIST 경영대학 테크노 MB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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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수학을 좋아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이공계 외의 다른 방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학을 전공하면서 관심 분야는 더욱 구체화되고 세분화됐다. 대수학과 수치 해석, 컴퓨터그래픽스 과목을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고 거의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원 꿈도 있었지만 실무경험을 먼저 갖고 싶어 국내 IT서비스 대기업에 입사해 6년 동안 다양한 현장 업무를 경험했다. 지금은 KAIST 경영대학 테크노 MBA 과정에서 공부하며 기술과 경영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가 싫어서 회사를 그만둔 것이 아닌가 하고. 이 질문에 나는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아직도 엔지니어로의 꿈이 가슴 속에 불타고 있지만, 이제는 IT관리자로서 우리나라 IT산업 체질 개선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더욱 충실히 준비하기 위해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스마트시대 핵심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야 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이제 3D(Difficult, Dangerous, Dirty)에 Dreamless를 추가해 4D 직업이라고 불린다. 최근 10여년 동안 급격히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했으나 아직 제반 산업 여건과 체계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고, 개발을 끝내고 나서야 요구와 수정사항이 쏟아지기 때문에 결국 초기 대비 두세 배 분량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복잡도가 높아져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도, 문제가 발생해도 완전히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근 여러 IT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는 불만보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예견 가능한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T강대국일지는 몰라도 소프트웨어는 아직 후진국으로 평가 받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생산직과 연구직으로 나눌 수 있다. 생산직이 여러 층의 플랫폼 위에서 생산적으로 기능을 구현하는 직무라면, 연구직은 해당 플랫폼들을 구현하고 효율화하는 직무다. 소프트웨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후자에 해당하는 원천기술 위주의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결국 경쟁력은 기초 기술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직보다 생산직 종사자가 훨씬 많다. 이는 전자정부 세계 1위를 달성하게 해 준 IT서비스 산업의 발전 영향이 컸기 때문이며 덕분에 많은 컴퓨터 관련 전공자가 직업을 얻었다. 그렇지만 IT서비스 산업에 있어서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가 부족했기 때문에 전공과 직업 선택에서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비정상적인 개발 대가 산정, 무리한 납기 단축, 잦은 수정사항 발생이 생산성 위주의 IT서비스 개발 업무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4D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는 생산 기계가 아니며 창의성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정부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 해결, 국가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확보 등을 외치기 전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통해 보다 우수한 인력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 노력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

나는 현재 6년간 실무 현장 경험을 토대로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국내 IT산업 발전의 역군이 되기 위해 재충전 중에 있다. 회사에서 업무에 몰두했던 시간만큼, 어쩌면 그 이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에 있을 때부터 나는 전자신문을 통해 나와 밀접하게 연관된 IT산업 관련 뉴스를 즐겨 봤다. 실무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지금도 전자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다양한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기술과 환경, 모두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IT산업인 만큼 IT산업 종사자가 최신 정보를 습득하기에는 최고의 방법이다. 특히 IT산업으로 꿈을 펼치고자 하는 학생에게 경험 그 이상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10년 글로벌 5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우리 기업은 삼성SDS와 안철수 연구소 둘 뿐 이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솔루션 또한 변변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도 언젠가는 꽃피울 수 있는 날이 곧 찾아오리라 기대한다. 10년, 20년 뒤에는 우리나라에도 구글과 오라클 같은 기업이 많이 등장해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기를 소망해 본다.

이명철 KAIST 경영대학 테크노 MBA 과정 mc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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