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인 리빙프라자(브랜드명:디지털프라자)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가전제품 가격 표시제 선도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5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고위 관계자는 “모든 고객이 가격 흥정보다 매장에서 표시된 가격을 믿고 제품 성능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보겠다”며 “삼성 디지털프라자는 올 초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1물 1가격제를 시행 중이며 이를 강력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가전유통시장 질서를 잡는 데 앞장선다는 의미다. 그는 “삼성 제품이란 자신감이 강력한 가격표시제 시행의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는 지난해 초부터 주요 지역 `가격표시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9월 158개점(55%)으로 제도를 확산했다. 올 초부터 모든 점포에서 가격표시제를 운용 중이다. 회사 측은 정찰제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프라자는 모든 고객이 특정 조건 없이 구매 가능한 `결제 금액`을 제품에 표시한다. 캐시백이나 카드할인이 있는 때는 세부내용을 별도로 표기한다. 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면서 일부 고객들은 그동안 있던 할인이 없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가격표시제가 완전 정착되면, 할인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제시하는 업계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협상력에 따라 구매 가격이 달라지는 일도 없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프라자는 구매 고객대상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 조사에서 판매직원의 친절함과 제품설명에 만족한 `칭찬` 비중이 가격표시제 이후 15%포인트 올라 68.5%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가격 흥정에 드는 시간을 제품 기능과 사용법 설명으로 전환하면서 만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디지털프라자가 가격표시제를 선도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도 일선 점포에서는 일부 가격 조율 할인제를 병행한다. 가격표시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협상가격`이 있다는 소비자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전문유통매장 관계자는 “평균단가를 본사에서 정해 각 점포에 정해주지만 제품가격의 5% 수준에서 점포별 재량권, 직원의 협상 여지는 둔다”며 “가격표시제 취지는 좋지만 고객도 흥정과 할인에 관심이 있는 만큼 단계적 확산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2011년 10월), 홈플러스·롯데마트(2012년 1월) 등도 가격표시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블랙리스트제를 앞두고 휴대폰 매장에서도 가격표시제가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표시제는 제도 도입보다 강력한 원칙의 준수가 핵심”이라며 “유통 채널의 의지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이를 통한 인식전환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격표시제:유통업체가 판매할 가격을 결정해 제품에 정확히 표시하는 제도. 가격 흥정을 없애고 모든 고객에게 표시된 가격대로 판매하는 것. 유통별·매장별 동일한 표시가 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 매장별 임차료와 인건비 등에 따라 지역별 판매가는 다를 수 있음. 삼성은 전국 점포 동일가격제 시행 중.
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가격표시제 도입 경과
2010년 9월 -제주지역 3개점 파일럿으로 도입
2011년 1월: 강동, 성남, 청주 등 7개 지역 시행
2011년 7월: 부산, 인천 광역시로 추가 시행
2011년 9월: 서울 및 전 광역시로 확대(158개점)
2012년 1월: 전 점포 시행(단일법인으로 전국 1물 1가제도로 운용)
*자료:디지털프라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