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느끼는 장관의 모습은 이렇다. 회전의자에 앉아 결재 서류에 서명하는 장관 모습은 이제 TV드라마 속에나 존재한다.
지식경제부 공무원들 사이에 회자되는 전임 최중경 장관의 일화가 있다. 최 장관이 부임 후 몇 달 뒤 선배인 전임 장관과 나눈 대화다.
“지경부 장관이 이렇게 힘든 자리인 줄 몰랐습니다.” 최 당시 신임 장관의 하소연에 선배 장관의 답이 재미있다. “몰랐어? 지경부 장관은 육체 노동자야.”
육체 노동자를 블루칼라로 지칭하는 이유는 그들이 주로 청색 작업복을 입는 데서 유래했다. 숙련·미숙련을 불문하고 제조업·광업·건설업 생산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통칭한다.
정신 노동자를 의미하는 화이트칼라와 대비되는 의미로 쓰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블루칼라는 지난 60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세계 아홉 번째 무역 1조달러 달성도 블루칼라의 피와 땀이 기반이 됐다. 블루칼라를 지경부 장관 자리에 비유한 것은 주요 산업을 총괄하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일정과 업무를 소화하는지 잘 보여준다. 물론 다른 부처 장관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경부 1급 이상 공무원은 일주일의 시작을 일요일에 한다. 홍석우 장관이 주중 회의시간을 만들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게 일요일 오후 회의라는 것이다. 취임 후 곧바로 일요일 회의를 시작했으니 벌써 넉달째다. 지칠 법도 하지만 일요일에 한 주가 시작되는 것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 의존도가 놓은 한국을 둘러싼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세계 주요 선진국 경제위기는 계속된다.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중국까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들어갔고 일본은 여전히 지진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 경제도 진보와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역규모 2만달러를 외치며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육체 노동자로 지칭되는 장관과 일요일에 한 주를 시작하는 공무원들에게서 열정을 느낀다. 건강도 함께 기원한다.
홍기범 전자산업부 차장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