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총선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저조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사상 최초로 재외국민 투표를 실시했다. 고무적이다. 그런데 기대했던 투표율은 50%에 못 미쳤다. 선거인 등록자 12만3571명 중 5만6456명이 투표에 참여해 45.7%를 기록했다. 말이 45.7%지 전체 재외국민 선거 대상자가 223만3193명임을 감안하면 실투표율은 2.5% 수준이다. 공식 관리비용만 293억원을 들인 결과물치고 실망스럽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을 위해 전국 대학 29곳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했다. 지난 18대 총선 때 대학 3곳에 설치한 것에 비하면 10배 늘어났다. 투표율이 얼마나 높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발상으로 실천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앙선관위만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기관은 없겠지만 이제 시대 상황에 맞춰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더욱 전향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투표율을 높이려면 시대적 환경에 맞는 투표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투표할 공간을 만드는 것 보다는 실제 효과를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갖춰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2500만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 5000여만명의 50%에 이른다. 스마트폰 보급은 이미 구축된 통신 인프라나 마찬가지다. 통신 인프라를 투표에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일도 아니다. 말로만 IT 강국이라고 외쳐봐야 소용없다. IT 활용은 일상생활을 하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스마트폰 등 첨단기기가 일반화한 상황에서 주민센터(옛 동사무소)나 지역 초등학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기표소를 차려놓고 본인이 직접 와서 도장을 찍게 하는 시스템은 전근대적 방식이다. 아직도 경운기 타고, 배타고 나와서 한 표 행사하는 영상이 투표 당일 주요 방송사에 소개돼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되풀이하는 레퍼토리는 이제 사양하고 싶다.
재외국민 투표를 하고 부재자 투표소를 늘리듯 모바일 투표를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표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자는 얘기는 아니다. 시범적으로 부재자 투표 하듯이 모바일 투표자 신청을 받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미리 등록하고 투표하게 하면 된다.
모바일 투표도 좋다. 최근 실시한 한국기자협회 회장 선거도 초보적인 수준이긴 해도 처음으로 모바일 투표로 이뤄졌다. 4·11 총선을 앞두고 예비 후보 경선에도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다.
최근 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긴 했지만 얼마든지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다. 해킹이나 보안 문제도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면 된다.
굳이 투표소에 나가지 않더라도, 임시공휴일을 이용해 떠난 여행지에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투표에 참여할 시스템과 환경이 만들어지면 투표율이 그나마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