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에서부터 부품업체까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현재 2.5∼4%에 달하는 자동차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만도와 현대모비스 등 한국 부품업체들의 미국 진출 또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체들의 현지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한국의 10배인 연 1500만대에 달하고 자동차 부품은 지난해에만 50억1800만달러를 수출할 정도다. 고객사도 다각화할 수 있다. 미국에는 `디트로이트 빅3`로 알려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외에도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와 유럽의 BMW,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들을 고객으로 영입한다면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는 그야말로 새로운 도약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현지에 주요 거점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지 생산설비 및 판매 사무소가 있어야 지역 생산 체계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고객 확보, 애프터서비스 제공, 시장 분석, 원재료 구매 등에도 훨씬 유리하다. 한때 디트로이트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격전지가 된 것도 각국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미국 현지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 남동부 지역이 새로운 자동차산업 벨트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남동부의 북미 전체 생산량은 2000년 18%에서 2010년 23%로 급성장했다. 현대·기아 자동차와 폴크스바겐도 남동부에 자리를 잡았다. 월등한 물류 시스템과 지리적 이점이 남동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공항, 항만, 철도, 도로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조지아주는 미국 시장의 80% 이상을 비행 시간 2시간 이내, 트럭 운송 2일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인건비 및 운영비는 미국 북부 대비 3분의 2 수준이고 노조 가입률이 4% 미만으로 낮아 가격 경쟁력과 사업 안전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양질의 인력도 장점 중 하나다. 조지아주는 미 전역에서 네 번째로 큰 대학교 시스템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 인력을 배출해 내고 있다.
물론 기업의 전략에 따라 진출 방법을 다양한 방향에서 사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이때 요긴한 방법이 한국의 주정부 사무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주정부 사무소들은 주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에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오랜 기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련 정보 수집부터 부지 조사, 인력 공급, 인허가 과정, 네트워크 지원까지 전 과정에 걸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기아자동차가 조지아주에 진출할 당시 조지아주정부사무소와 다양한 혜택에 대해 논의했고,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자동차산업을 논할 땐 판매 대수로만은 평가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자동차는 곧 미국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그동안 힘이 많이 빠졌다고는 해도 미국의 저력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한국에는 유럽과 일본이라는 또 다른 경쟁상대가 있다.
한미 FTA라는 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 자동차 업계가 성장세를 이어가기를 기원한다.
피터 언더우드 조지아주정부 한국사무소 소장 punderwood@georg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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