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 안해도 돼…'노예폰' 이제 사라진다

[블랙리스트, 앞으로 한달] 편의점 유통시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단말기 유통 경로 변화 및 단말기자급제 IMEI 관리방안

내달 휴대폰 유통 시장이 큰 변혁기를 맞는다.

기존 이동통신사 위주의 폐쇄형 시장에서 제조사·전문유통사까지 가세한 휴대폰 유통 시장 전면경쟁 체제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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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자급제도(블랙리스트제)를 시작으로 소비자는 좀 더 편리하고 싸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통 기득권을 가졌던 이동통신사와 새롭게 유통에 진출하는 제조사간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휴대폰 가격 하락이 기대된다.

◇소비자, 선택 폭 넓어진다=휴대폰 유통구조를 확 바꾸는 개방형 휴대폰 식별번호(IMEI) 관리제도인 `단말기 자급제도`가 5월 시행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이통사 대리점은 물론이고 제조사 직영점, 전문 유통업체, 온라인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망이 등장한다. 고객은 백화점이나 심지어 편의점 등에서 TV나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듯 휴대폰을 사서 원하는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면 된다. 해외에서 산 휴대폰도 주파수 대역만 맞으면 가입자식별모듈(USIM)칩을 끼워 사용할 수 있다.

2~3년에 달하는 통신사 약정 때문에 휴대폰을 바꾸지 못하는 일도 줄어든다.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되면 유심만 바꾸면 휴대폰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통신요금제 선택 폭도 넓어진다.

통신사는 아직 단말기 자급제용 요금제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달 제도가 시행되면 이에 대응하는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이통사가 단말기 구매방식에 차별 없이 할인받을 수 있는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다양한 유통망이 등장해 단말기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저가형 단말기 제조, 유통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이용자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단말기보다 요금과 서비스를 통한 경쟁이 유발되고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와 선불요금제가 활성화되는 등 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신·제조·전문 유통 전면전=내달 단말기 자급제 시행을 앞두고 휴대폰 유통권을 장악하고 있던 통신사와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제조사, 전문유통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통신사 눈치를 보며 휴대폰 유통에 직접 나설 수 없던 삼성전자 대응이 가장 빠르다. 삼성은 자본력과 높은 시장 점유율로 휴대폰 자급제 유통대전의 `태풍의 눈`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모바일 전문매장 `삼성모바일숍`을 대폭 확대하며 올해 100개까지 늘린다. 삼성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전시하며 체험을 강조하는 삼성모바일숍을 애플숍처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삼성모바일숍과 삼성딜라이트숍에 인기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 매직존을 설치하는 등 소비자 관심 끌기에 한창이다.

팬택도 지난 1일 유통과 신사업을 총괄하는 신설법인 `라츠`를 출범시키며 고객과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라츠 모바일숍은 스마트폰과 액세서리 전문매장으로 모든 제조사의 최신 스마트폰과 휴대폰 관련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기존 5개 매장을 연말까지 전국에 20개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도 270여곳의 베스트숍 직영점을 활용해 휴대폰을 체험하고 구입하게 할 예정이다.

다국적기업 중에는 애플 대응이 눈에 띈다. 애플은 직영점 없이 컨시어지·프리스비·에이샵 등 애플프리미엄리셀러(APR)를 두고 있는데 최근 이들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프리스비는 지난해 초 8개였던 대형 대리점을 최근 11개로 늘렸으며 애플 전용 상품권까지 출시했다. SK네트웍스 자회사인 LCNC 유통 브랜드 `컨시어지`는 올 들어 인터넷쇼핑몰 `컨시어지몰` 개설을 시작으로 목동, 롯데백화점 잠실점, 수원 영통 등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컨시어지는 특히 매장 내 `애플 존`을 따로 구축했다.

통신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KT는 최근 온라인에서 유심을 끼우지 않은 공 휴대폰 단말기 판매를 시작하며 제조자 직접판매에 맞불을 놨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기존 매장을 대형 체험형 매장인 `T월드 스마트`로 바꾸고 있다. SK플래닛은 강남에 `이매진`을 연데 이어 구로와 대학로 등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