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10·끝>좌담회

발전회사들의 지난 1년 농사 성적을 매기는 경영평가가 시작됐다. 한국전력 그늘에서 벗어나 시장형공기업으로서 정부기관의 첫 평가를 받는 발전회사들 심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전자신문은 지난달 5일부터 `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라는 기획을 통해 발전회사들의 지난 1년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미래전략을 점검했다. 지난 3일 발전회사 기획 담당자들과 정부가 만나 앞으로 국내 전력 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문제점, 개선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각 발전회사들이 경쟁과 협력의 조화를 통해 전력공급 안정과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참석자

곽병술 한국중부발전 기획처장

유지윤 한국동서발전 경영기획팀 처장

최관호 한국남동발전 기획처장

최형기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

*사회= 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경영평가로 발전회사들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시장형공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맞는 첫 경영평가에 대한 소감을 말해 달라.

◇최관호 한국남동발전 기획처장=경영평가는 회사의 1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남동발전을 집대성하고 설명하기 위한 작업에 충실해 왔다. 1년간 전력공급과 동반성장 등에 힘써 온 노력이 잘 반영됐으면 한다. 다른 발전회사도 경영평가 준비에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경영평가가 전체 발전회사 노력이 올바르게 측정되고 사회에 알려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곽병술 한국중부발전 기획처장=지난해만 해도 한국전력공사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공기업 2군으로 처음 정부기관 평가를 받는 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평가 새내기라 할 수 있는 발전회사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지도 궁금하다. 이는 발전회사의 공통된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수익창출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발전회사 특수성이 평가에 감안됐으면 한다.

◇유지윤 한국동서발전 경영기획팀 처장=다른 처장님들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처음 받는 정부기관 경영평가다 보니 기대가 있는 한편 걱정도 된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신규 업무가 많이 늘었다. 이런 부분이 평가에 반영됐으면 한다. 첫 평가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이번 평가가 끝나면 그 결과와 원인을 검토하고 내년엔 더 나은 평가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최형기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발전회사들이 이번 경영평가 준비에 많이 노력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부담이 있겠지만 공기업 업무성과를 가늠하는 모든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경영평가는 꼭 필요하다. 현재 경영평가 지표는 수익성과 비용절감 비중이 크다. 이 부문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으로 안다. 발전회사는 설비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것은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지난해 9·15 정전사태 이후 발전소 피로도가 높아지고 정비일정 역시 촉박해지고 있다. 정비와 설비안정을 위한 대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최형기=전력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과거에는 여름에만 전력피크가 발생했는데 지금은 겨울철에도 전력피크를 걱정한다. 이로 인해 정비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정비기간 축소와 정비 소홀을 연결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줄었어도 시설점검은 더욱 꼼꼼해져야 한다. 주말을 이용한 간이정비·수시정비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건이 나쁘다고 정비를 소홀히 해 고장이 발생한다면 이는 수익과 효율성을 고려하다 더 큰 피해를 보는 격이다. 설비안정성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따져서는 안 된다.

◇사회=최근 잇따른 발전소 관련 사고에 대해 일각에서는 발전사들이 업무혁신을 꾀하지 않고 기존 관례대로 정비해 문제가 생긴다는 시각도 있다.

◇유지윤=그렇지 않다. 동서발전은 POMMS라는 IT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기술적 혁신을 해왔다. 일정 주기로 해오던 계획정비를 센서로 설비 상태를 체크해 적정시기에 정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곳도 정비 부문에선 많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비일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장과 도시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전력수요는 개개인의 절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곽병술=관례적인 정비가 완전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발전회사들은 정비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한 간이정비·수시정비도 하고 있으며 예측정비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그럼에도 시간·물리적으로 한계는 분명히 있다. 50만㎾ 이상 대규모 설비는 운전 정지 후 정비를 위해 냉각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비일정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작업 인력들의 피로감을 감안해야 한다. 향후에는 정비일정이 잡혀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정비역량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선제적 전력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사회=9·15 정전사태 이후 발전소 정지가 이어지면서 국민들 불신이 커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점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관호=전력수급 관련 기업으로서 반성할 점이 많다. 그동안 국민들과 소통에 소홀했다. 국민들이 발전회사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불신도 커졌다. 전력그룹사와 발전회사라는 틀 안에서만 안주하고 일한 것 같다. 발전회사들이 각자 소통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발전회사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 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과 발전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유지윤=기술적으로 접근해 보면 5개 발전회사 간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전에서 분리할 당시만 해도 발전회사들은 같은 형태의 같은 기술을 가진 회사였다. 분리 후 11년이 지나면서 지금은 각자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로의 장단점과 실패사례 등을 공유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곽병술=기술교류에 대해 덧붙이자면 지금 발전회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교류가 힘들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과거 한전에서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은 각기 다른 발전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교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최근에 입사한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다른 발전회사와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상호교류에 어색함이 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 발전회사 간 기술교류회를 열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형기=최근 잇따른 발전소 정지에 대해 우선 국민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 전반적으로 설비 노후화와 피로도 문제지만 발전소 안전에 대한 인식을 다시 제고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경부에서 에너지시설 안전점검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 같은 취지다. 위원회는 에너지 시설 안전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와 관리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다.

◇사회=국가 에너지 산업 성장 부문에서 발전회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정부와 발전회사가 추구하는 전력산업 모델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최형기=발전회사의 기본적 책무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전력수급으로 국민이 염려하는 상황이 나와서도 안 되지만 공기업 측면에서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과 같은 분야에도 노력의 깊이를 더 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동반성장도 강조하고 싶다. 협력사의 성장은 발전회사의 질적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함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해주길 바란다.

◇최관호=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기본 책무라는데 백번 공감한다. 발전회사로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경영을 통한 혁신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기업이지만 투명한 경영으로 재무적 건실함을 갖춰야 전력공급에 충실할 수 있다. 남동발전은 수도권 전력공급 확대를 위해 영흥화력 7·8호기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동반성장 우수모델을 기획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진행한 불가리아 태양광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전력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신규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발전회사의 기본 롤 모델일 것이다.

◇유지윤=동서발전은 연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료부서와 설비부서가 TF를 구성해 연료혼합 연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발전회사 경쟁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경쟁체제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제 발전회사들은 해외사업을 본격 가동할 것이다. 국내 전력시장 성장이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사업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

◇곽병술=국내 전력 산업 포화점이 언제인지 고민하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 산업을 고려한 회사의 발전 방향에는 많은 고민을 수반한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한 국민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장기적으로 석탄화력 포화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이다. 우리나라가 전력계통상 섬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주변국들과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다른 에너지원과 보완관계 등도 생각해야 한다.

◇사회=주무부처와 산하 공기업 입장에서 서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곽병술=필요에 따라서는 정책의 유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해외사업을 예로 들면 해외 입찰은 타이밍이 승패를 가른다. 시시각각 변화는 시장상황과 경쟁사 대응에 따라 입찰에 대응해야 하는데 간혹 예비타당성 조사로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물론 공기업 해외사업 건전성 부문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특수 상황에 대해서는 이를 대체할 만한 대안을 인정해주는 유연성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최관호=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언급하고 싶다. 모든 발전사들이 RPS 의무량 달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해외 신재생에너지사업도 RPS 의무량으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RPS 대상 사업을 국내로 한정한 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설 부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해외부지에 국내 제조업체와 같이 진출하는 것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유지윤=유럽의 글로벌 에너지회사를 보면 해외사업 비중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많다. 국내 발전사들의 해외사업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프리카·중남미 시장 등 에너지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정부와 해외사업 공조 혹은 해외진출 지원 인프라 등이 필요하다. 주변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한다. 발전회사 해외사업에 대해 무작정 진출한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발전회사도 전략 없이 해외사업에 나서는 곳은 없으며 중장기 계획을 세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발전회사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최형기=발전회사가 분리되면서 경쟁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경쟁이 너무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이든 경쟁에 앞서 기반을 튼튼하게 조성해야 한다. 발전회사들은 그 기반이 전력공급 안정이다. 해외사업도 전력공급 안정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벌어진 발전소 정지는 다시 한번 위기의식을 느끼는 기회로 삼기아야 한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시기는 국민들에게 발전사가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발전회사 간 적절한 경쟁과 협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신뢰를 보여줬으면 한다.

정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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