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멈춤의 경영

그러면 애플이 될까? 고(故) 스티브 잡스의 경영스타일을 모방하는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는다는 외신 보도를 접하는 순간 `픽~` 하고 웃음이 터졌다.

잡스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처럼 절제된 화법과 소통법을 택한다. 카리스마가 넘쳐보이기 위해 검은 터틀 넥을 입는다. 혁신적 성과를 내기 위해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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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그럴까하는 생각도 든다.

글로벌 IT시장의 현 모습이 어떤가. 노키아, 모토로라, IBM, HP, 델… 전 세계 IT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이름만 들어도 불호령을 내릴 것 같은 위엄의 그들이 쇠락한다. 초고속, 초박형, 대화면, 최대 용량… 목숨걸고 달성해야 했던 경쟁 기준도 변했다. 변해만가는 게임 룰을 쫓아갈 수도, 머무를 수도 없다. 과거 영광을 되새김질 할 시간도 없이 또다른 혁신에 내몰린다.

기라성 같았던 IT 대표주자들의 모습을 보며 수 많은 CEO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가슴을 쓸어내리는 서늘함을 느낄 것 같다. 현실의 목표가 흔들리고,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혁신이 무엇인지, 창의가 어떤 것인지 도무지 답이 보이질 않을 터다. IT CEO들이 잡스의 전기를 뒤져서라도 리더십의 답을 찾겠다고 혈안인 것도 같은 이유인 듯 하다.

미국인 낸스 길마틴은 유명 비즈니스 컨설턴트다. 그는 최근 저서 `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에서 `멈춤의 경영`에 대한 특유의 시각을 풀어냈다. 전문 경영인들을 상대로 리더십 강의를 활발하게 펼치는 그는 늘 무언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 리더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숨 한 번 내쉬는 단 몇 초만이라도 멈춰라` 선택에 쫓기지 않고 선택을 주도하기 위해선 선택하지 않는 멈춤의 순간이 꼭 필요하다. 즉각적이고 섣부른 결정보다 잠시 쉬면서 문제를 객관화할 과정이 제대로 된 판단을 이끌어낸다는 주장이다.

잡스는 멈춤의 의미를 뼛속 깊이 깨달아 일생을 통해 실천해 성과를 이뤄낸 리더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이 멈춰버리는 죽음이라는 절망의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했을 때부터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리더십으로 멈춤의 경영을 해왔다. 모든 경쟁자들이 PC시장에서 성공을 위해 x86 플랫폼에 뛰어든 그 순간에도 그는 멈춰서 고객의 내면 욕구를 찬찬히 들여다 봤다. 그 결과가 바로 애플Ⅱ,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졌다.

CEO들이여, 3초만 멈추고 그가 남긴 `갈망하라,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시길.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