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 <9> 자녀의 게임 중독 걱정? 이렇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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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사람들의 온라인 게임을 보는 인식을 조망한 것. 9세에서 49세 국민 1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가 시간에 온라인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층은 만 9~19세 남성(37.5%)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PC방 이용 빈도 역시 이들 연령층은 한 달 평균 5.4회를 방문한다고 응답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PC방에서 주로 하는 일 역시 `게임`이 82.4%를 차지해 이들 연령대에서 `게임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PC방을 이용하는 이유가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서`(50.5%)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시설이 좋다거나 이용 특혜가 있어서가 아니다. 게임을 하는 이유도 단순해 `재미있어서`(35.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스트레스 해소(25%), 여가시간 활용(19%)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가족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형제자매의 의견을 배제했다고 가정하면 게임 이용자가 느끼는 가족, 즉 부모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조사한 결과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52.6%)는 의견이 의외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게임 시간을 줄이라고 충고한다`(32.5%)는 의견도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과는 달리 학부모의 의견은 좀 더 강력했다. 게임을 두고 `학업에 방해가 된다`(34.2%)고 응답한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자식에게 술이나 담배처럼 해악이 된다는 주장이다. 부모에게 게임이란 게임 중독, 게임 폐인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3의 세계에 빠져서 살 것만 같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찾는 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할 만큼 사회와 교육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편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조사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게임 산업은 빠른 성장과 함께 순기능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역기능도 있는 매체임은 확실하다. 순기능은 게임에서 재미와 흥미를 경험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역기능은 지나친 게임으로 학교생활 부적응, 성적 하락 등의 개인·가정·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표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인터넷 중독과 게임 과몰입을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 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반대와 금지, 셧다운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학교생활 부적응과 성적 하락이 꼭 게임 때문이라는 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것일까. 청소년기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격동기다. 내분비선의 급격한 발달로 성적 성숙과 아울러 심리·사회·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에는 부모와 가정을 벗어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만 15세 이상은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게임을 하면서 이루어지는 건전한 여가 활동과 친교까지 막으려는 행위는 더 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양육 환경은 향후 자녀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게임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노(no)`는 거부감만 더 심하게 안길 뿐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게임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부모 모두가 컴퓨터를 사용할 때 중독 정도가 가장 낮고, 아버지만 사용할 때가 중독 정도가 가장 심했다. 한 부모 가정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6.6%로 부모가 다 있는 가정보다 31.7%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들로 보면 부모의 컴퓨터 사용이 자녀의 중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에서 본인에게는 관대하고 자녀에게는 엄격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부모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 한국입법학회가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부모는 게임 이용 지도는 강제적 법률이 아닌 먼저 가정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보였다.

자녀의 게임 이용 지도에 필요한 것으로 직접 관리(38.2%), 게임 이해(30.6%)와 지도방법 학습(27.6%) 순으로 꼽혔다. 청소년 역시 80.8%가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고 `부모가 직접 이용시간을 관리해야 한다`(11.4%), `부모와 게임 이용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3.6%)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김민규 아주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게임 이용과 같은 생활 규제의 경우 법률이 아닌 가정이 중심이 돼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에서 적절하게 이용 시간을 제약하게 된다면 게임은 해악이 되지 않을 수 있다. 2011년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사용자군은 하루 1시간 30분 이하, 주 1~2회 이하 게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컴퓨터를 접하면서 인터넷 사용습관을 잘 들이게 되면 이후에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도 과몰입에 빠지지 않는다.

학부모는 자녀와 학생의 게임이용 형태를 확인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필요시 지원기관 도움을 받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부모는 자녀의 게임이용 형태와 관련된 전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내용과 방법 및 절차를 홍보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부모 대상 홍보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관련 기관, 그리고 학교 및 지역 서비스 센터 등에서 추진할 수 있다. 교육은 학교 상담교사나 지역 서비스 센터의 상담원들이 일정 교육을 받은 후 실시할 수 있다.

학부모가 학생이나 자녀를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 진단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이를 일관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진단 결과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해석해 낙인을 찍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