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중견기업 육성 성공하려면…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지난 금요일 인천을 방문했다. 지역 언론이 주최한 조찬 모임 강연이었다. 홍 장관은 `1조달러 행정, 2조달러 정책`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중견기업 역할을 강조했다. 중견기업 육성은 지경부 최대 화두다. 한미 FTA, 동반성장, 융합(소프트웨어), 에너지 등과 함께 정책 1순위다. 조만간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전담 국(局)도 만든다. 상반기 중 종합 대책도 발표한다. 지난 12일에는 홍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견기업 육성 및 지원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중견기업이 법적 용어가 된 지는 얼마 안 된다. 지난해 3월 산업발전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으로 자산 5조원 미만인 곳을 말한다. 직원 수로 보면 300~999명, 매출은 400억~1조원 정도 되는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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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말 우리나라엔 약 1300여 중견기업이 있다. 대기업이라 부르는 상호출자제한집단기업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둘은 일자리 창출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중견기업이 상호출자제한집단기업보다 훨씬 낫다. 지난 3년간 중견기업은 13만명 일자리를 창출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8만명에 그쳤다. 중견기업은 수출기여도 뛰어나다. 최근 3년간 국내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7.8%였지만 중견기업은 12.8%였다. 신성장동력 분야에도 중견기업은 500여곳이나 포진해 차세대 먹을거리와도 연관이 깊다. 중견기업이 이렇게 중요한데 독일·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숫자가 매우 적다. 제조업 기준 0.15%에 불과하다. 독일은 1.8%, 일본은 1.6%다. 독일과 일본 중견기업이 우리보다 10배 정도 많다. 2015년까지 정부가 중견기업 3000개를 육성하겠다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중견기업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하우 투`(How to)다. 정부 계획 대로라면 3년 안에 중견기업 1000곳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일년에 300개 정도가 탄생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자칫 시장 왜곡을 불러 중소기업 지원 축소 같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숫자 유혹`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어떤 산업을 육성하느냐도 중요하다. 제조업은 치열한 글로벌 가격 경쟁 때문에 생산지를 국내에 두기 쉽지 않다.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소프트웨어 등 지식서비스업은 바로 고용으로 이어진다. 디테일한 맞춤형 정책은 필수다. 기업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기업은 원천기술을, 어떤 기업은 해외 판로나 자금 지원을 바란다. 고급 인력 확보가 1순위인 기업도 있을 것이다. 인력과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한 기업에 자금 지원을 이야기하면 `격화소양`(隔靴搔〃)이 된다. 명의는 환자에 일률적 처방을 하지 않는다. 각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처방을 한다. 중견기업 육성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업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방은주 경인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