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은 주변과 일상을 다시 보는(觀) 계절이다. 봄이 오면 새롭게 보인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마음으로 자연 삼라만상을 보면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이전과 다른 게 보이지 않는 것은 늘 보던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늘 거기 있었지만 우리가 원래 그런 것이고 당연한 것이며 물론 그렇다고 간주하고 건성으로 봤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이나 생명체는 그냥 거기에 있지 않는다. 거기에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그 이유를 따져 물어보지 않아서 안 보이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자신이 대학 총장이 된다면 보는 방법에 관한 교과목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세상은 보는 대로 보이고 보고 싶은 대로 보이며, 자신이 경험한 것대로 보인다. 이전과 다르게 보려면 겉만 피상적으로 보면 안 된다.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하찮은 일상,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주변, 늘 거기에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는 삼라만상에는 그 나름의 사연이 있다.
사연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에 숨기고 있다. 그걸 보려면 꿰뚫어봐야 한다. 보일 때까지 뚫어지게 쳐다봐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대충 거들떠보다가 보이지 않으면 보는 것을 포기한다. 거기까지다. 그 사람이 본 것까지만 세상은 보여준다. 내가 본 것까지만 내 것이 된다. 거들떠보면 대강 대충 보이고 기억에 남지도 않으며 가슴에 아로새겨지지도 않는다. 주의를 집중하고 관심을 모아 몰입해 봐야 본연의 모습, 진면목(眞面目)이 보인다.
`봄(春)`은 `봄(觀)`을 생각해보는 계절이다. 죽은 듯 보이지만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고 새봄을 맞아 희망의 싹을 틔우는 모습이 보인다. 식물들에게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봄을 준비하는 식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준비가 보이는 성취를 가져온다. 보이는 성취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준비과정이나 기간을 봐야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볼 수 있다. 본질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봄은 주변과 일상을 다시 보는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보면 봄이 다시 보인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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