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사업이 여전히 `성과` 지상주의에 매여 있다. 그나마 성과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국책 과제 연구자 1000명에게 물었더니 “단기 성과에 치중한 관리(49%)”가 문제라는 지적이 분출했다. “성과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거나 “성과 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연구를 수행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총체적으로 실속이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단기 `성과`에 몰입해 연구를 독촉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성과 활용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응답이 24.7%나 되니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닌지 염려될 정도다.
보상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성과를 요구하는 구조를 쉬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민간 기업이 하기 힘든 기초·원천기술에 진득하게 투자하는 게 올바른 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국책 연구 철학이 그래야 옳다. 이를 외면한 채 단기 성과를 닦달하니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부르는 것 아닌가. 국가연구개발정책 기본 방향을 다시 추스를 때가 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 지상주의 뿌리는 과학기술행정에 있다. 지난 2005년 과기 행정 공무원과 정부가 `직무성과계약`을 체결한 뒤 하위 직원 5%를 보직 해임하기로 하는 등 `계량적 모델 성과관리체계`를 몰아쳤다. 국책 연구자에게 그 부담이 옮겨간 건 당연했다. 짧은 기간 안에 특허처럼 돈이 될 연구과제에 예산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잔재가 국책 연구개발체계의 발목을 잡는다. 미래를 열 수 없다는 뜻이다.
하루빨리 `성과` 지상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큰 호흡과 철학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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