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7>시계와 나침반의 대화

시계는 시간을 보는 것이고 나침반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 지금이 몇 시인지도 궁금하지만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더 궁금할 것이다. 사람이 처한 환경과 문제의식에 따라서 방향보다는 시간이 더 궁금할 수 있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막을 건너는 사람에게는 시계보다 나침반이 더 중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면 쉬었다 내일 가도 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못 들어선 길이라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상황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가정할 경우 잘못된 방향선택은 치명적일 수 있다.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는 사막의 경우 시계보다는 나침반이 필수품이다.

등산하는 사람에게 나침반도 필요하지만 시간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특정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극도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시간대별로 온도와 기후 변화가 극심한 산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등산하는 사람에게도 나침반은 필요하다. 필요성보다 중요성에 비추어 생각해보고, 사막과 비교해본 등산에 비추어 볼 때 등반가에게는 나침반보다 시계가 더 소중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등산을 사막 건너기와 비교해볼 때 등산 코스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방향을 점검하는 나침반은 그다지 소중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불확실성의 강도나 수준은 등산보다 사막이 훨씬 높다. 결국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높을수록 시계보다는 나침반이 더 소중한 소지품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확실한 것이 점점 줄어들고 우연히 일어날 사건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즉 등산하기 패러다임보다는 사막 건너기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될 것이다. “나침반 바늘은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기 전에 항상 흔들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는 바른 방향을 가리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은주의 `달팽이 안`에 나오는 말이다. 흔들리되 방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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