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 시대를 넘어 2조달러 시대로 가려면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산업을 창출해야 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새 시장을 열어가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우리나라 산업정책을 이끄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하며 ICT산업 성장을 주도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는 이렇게 통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길포럼과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한 `길포럼 AMP 8기 입학식`이 열린 13일 서울 도곡동 카이스트 디지털미디어연구소에서 이뤄졌다.
강연자로 온 홍 장관과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있는 진 대표는 한국 경제 문제점과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이란 사태 등 대외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특히 탄탄한 중견기업을 육성해 산업 허리를 굳건히 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CT를 활용해 다양한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개별 정책을 통한 스팟성 지원보다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진대제 KAIST 석좌교수=홍 장관이 강연하는 `국내외 산업전망과 정부 정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아홉번째로 무역 1조달러 달성했습니다. 우리가 대단한 나라라는 기쁨을 맛봤지만, 여기서 머무르지 말고 2조달러로 가야하고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중견기업 육성, 융합산업 창출, FTA 활용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부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진대제=중견기업은 어떤 기업을 뜻하고, 중견기업이 왜 중요하다고 보고 있나요.
◇홍석우=중견기업은 사실 대기업인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대기업을 말합니다. 이른바 재벌에 포함되지 않는 대기업을 중견기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중견기업을 보면 대부분 중소기업부터 한 길을 가다가 어느날 대기업이 된 기업이어서 전문 업종을 다루는 기업이 많습니다.
중견기업 육성은 우리나라가 무역 2조달러 시대로 가는 핵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견기업이 1300여개,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기업이 1300여개 입니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이나, 수출 증가율을 보면 중견기업이 더 뛰어납니다. 지난 3년간 중견기업은 13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상호출자제한집단은 8만명에 그쳤습니다. 즉 중견기업이 성장하는 기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중견기업의 강점은 신성장동력 17개 분야에 500개 기업이 있다는 점입니다. 중견기업은 우리가 먹거리로 삼아야하는 분야 기업이 많다는 뜻입니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개념이 중견기업에 많습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꿈이 된다는 측면에서 더 많은 중견기업이 될 수 있게 틀을 만드는 것은 산업 선순환에도 기여합니다.
◇진대제=그렇다면 왜 지금 중견기업 육성을 과제로 정했고 구체적인 정부의 육성 정책은 무엇인가요.
◇홍석우=그동안 정부 시책이 주로 중소기업 또는 아주 큰 기업쪽에 몰려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커다란 먹거리 산업을 지원하다보니 큰 기업에 정책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중견기업 사이에서 연구개발(R&D)이나 세제 등에서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가는 순간 160여개 제도와 혜택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를 중견기업 육성의 원년으로 정했습니다. 정부 방향성은 중견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맞추려 합니다. 규제를 해소해서 중견기업이 편안히 기업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중견기업 개념이 국민 머리 속에 널리 자리잡아 젊은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일자리 찾아서 오게하는 이미지 전환 사업도 시책으로 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4월 쯤 지경부 내에 중견기업을 전담하는 국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중견기업국은 중견기업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창구가 될 것입니다. 또 지경부 및 정부 정책에 중견기업 시책을 적극 반영하기 위한 역할도 맡습니다.
◇진대제=이번에는 FTA에 대해 살펴보면, 사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찬성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FTA는 어떤 효과가 있었고, 15일 발효되는 미국과 FTA는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그리고 기업들이 FTA 효과를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홍석우=지난해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는데, 올해 바로 경기가 나빠져서 연말에 1조달러를 달성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1조달러 달성 후 뒤로 후퇴한 나라는 영국과 이탈리아 둘 뿐입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올라갔습니다.
유럽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이란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불안합니다. 다행인 것은 한미 FTA 발효입니다. 지난해 한-EU FTA 이후 수출 실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하반기 EU 수출은 전년에 비해 8%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FTA 수혜품목은 오히려 수출이 15% 증가했습니다. 유럽 경기 악화 속에서도 FTA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올해도 1~2월 EU 수출은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EU 국가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FTA 관련 품목에 기대 걸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FTA를 맺었다고 바로 효과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한-EU FTA가 발효됐지만, 수출에서 FTA를 활용한 것은 30%가 채 안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금 칠레와의 FTA는 활용도가 90%가 넘습니다. 따라서 한미 FTA가 15일부터 시작돼도 원산지 규정 등이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철저하게 FTA를 활용해야 미국 수출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FTA 무역종합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산업단지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연결해 컨설팅 받도록 했습니다. 미국 수출에 어려운 점이 있거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이곳들을 찾아 상담받으면 됩니다. 구체적 품목에 대해 지도 받은 다음 맞춤형 컨설팅도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가지 효과는 투자 확대 효과입니다. EU로부터 우리나라 투자가 전년에는 32억달러였는데 지난해는 5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FTA 이후 많이 증가한 것인데, 향후 미국에서 유입되는 투자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대제=경기 불안을 말씀하셨는데, 유가 문제는 특히 기업 경영과 직결됩니다.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 상승이라든가 민생전반에 걸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홍석우=당초 올해 유가를 100~110달러 사이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란 문제가 야기되면서 120달러가 넘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올랐습니다. 공급은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란 사태가 가라앉으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언제 가라앉을지를 모르는게 한계입니다.
정부는 제한적으로나마 효율적으로 유가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유소의 93%가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내릴 수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알뜰 주유소 확대와 가격 고시 등 경쟁요소를 적극 도입해 유가를 낮출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최근 UAE 유전 확보처럼 해외에서 유전을 확보하는 것도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가 만은 명답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진대제=이번에는 IT 산업에 대해 얘기해보면, 지경부의 IT 분야 지원정책은 다양하게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실무형IT전문인력 양성, IT서비스 수주전담기구 설치, IT융합혁신센터 설립 등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IT쪽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은 여전히 불만이 있습니다. 앞으로 IT 산업을 어떻게 육성하실 계획인가요.
◇홍석우=2조달러 경제로 가기 위해 IT산업은 정말 중요합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IT 자체가 수출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른바 융합시대로 가야합니다.
그동안 IT는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과 융합하면서 성장속도를 크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주력 산업에 그치지 않고 NT, BT, 로봇 등과 융합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했고, 법을 토대로 올해를 산업융합촉진 원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결국 IT를 포함한 융합산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비전을 세우고, 기업인에게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또 한 트랙은 스마트 시대를 지나 초연결 시대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는데 맞춰, 여기에 대비한 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IT미래비전기획단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서 비전을 만들어 빠르면 4~5월 경 정부가 발표할 계획입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