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준비는 마쳤다. 수처리 제품·기술과 관련 설비의 설계구매시공(EPC) 능력, 수처리사업 운영 등 3대 체제를 완비했고 올해부터 본격적 수주 확대에 나서겠다.”
이영하 LG전자 경영지원부문 사장(58)이 공격적 수처리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그는 LG전자 HA사업본부장으로 과거 수년간 대한민국 가전의 얼굴로 활동해왔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LG전자 경영지원부문을 총괄하는 역할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새로운 사업인 수처리부문 수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LG의 수처리 사업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술-시공능력-운영` 3박자 갖췄다=이 사장은 “수처리 핵심 기술과 제조 능력인 여과막(멤브레인)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LG히타치워터솔루션` 주식회사를 통해 수처리 설비와 시설의 시공 능력도 갖췄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처리 운영관리 회사인 하이엔텍까지 확보하면서 수처리 토털 대응 능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처리 토털 솔루션을 모두 갖춘 회사는 많지 않다. 지멘스나 GE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EPC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베올리아나 수에즈 같은 회사는 물 운영이 사업비중의 70%에 달한다.
그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도 물관리가 중요한 사업이다. 그룹 차원에서 수처리를 신성장 사업으로 꼽고 2년 넘게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며 “지난 2010년 수처리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했고, 지난해에는 수처리 제조, 설계, 운영관리 사업체계를 완성했다. 이제는 본격적 수주와 사업화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LG의 강점 최대한 활용=이 사장은 수처리 사업에서 기존 LG전자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GE, 지멘스가 메머드급 플랜트형 사업이 많다면 LG전자는 정교한 기기를 만들어온 경험이 있다”며 “제품당 1원의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과 정교한 품질을 강조하는 문화가 접목된다면 분명 차별화된 수처리 제품, 기술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처리 수주도 `LG` 브랜드에 강점이 있는 곳에 먼저 도전하기로 했다. 완성된 선진시장보다는 개발도상국 수요에 더 관심을 둔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중동같은 LG전자가 좋은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역부터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우리는 소규모 설비와 제품에 더 강점이 있다”며 “국내 LG실트론 반도체 공정에서 쌓은 기술력을 레퍼런스로 해서 LG 판매법인이 강한 지역부터 수처리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반도체 웨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에 수처리 시설을 성공적으로 도입시켰다. 웨이퍼 연마시 물 세척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물의 순도가 매우 중요하다. LG전자는 자체 분리막(멤브레인), 특히 역삼투막 기술로 축구장 면적에 바늘하나 크기 오염조각이 있을 정도의 정수 능력 (12인치 웨이퍼 한 장에 0.05 마이크로미터의 오염 물질이 있는 수준)을 선보였다. 초 순수를 통해 1년간의 운전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품질이 기준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2020년까지 글로벌 수처리 `넘버원`=LG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수처리 시장에서 7조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선두 종합 수처리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10년간 5000억원 이상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수처리는 일반 가전산업보다 변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반면, 일정 궤도에 사업이 안착할 경우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올해 본격적인 국내외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내후년부터 본격적 매출이 확대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며 “수처리는 산업 특성상 대형 건설사와 협업도 필요하고, 각국의 정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매주 1회 꼴로 헬기를 이용해 전국에 흩어진 수처리 사업 현장을 직접 꼼꼼히 챙기고 있다. LG 수처리 사업은 서울 가산동에 히타치와의 조인트 벤처회사와 멤브레인 연구소가 있다. 멤브레인 제조는 창원에서, 운영회사인 하이엔텍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했다. 수장이 현장 밀착 경영으로 기술확충과 사업의 속도전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업계에서 물 관련 산업은 황금의 가치와 비교할 수 있다는 뜻에서 `블루 골드`라 불린다”며 “LG의 정교한 제품 제조 능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수처리 신사업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