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의 자리를 향한 수천명의 달음질이 한창이다. 연말에는 한개의 자리를 가리는 5000만명의 선택이 기다린다. 두 상황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은 정치 행위이지만, 속에는 인물(人物)에 대한 평가와 선택이란 공통점이 들어있다.얼굴과 외양에 나타난 `잘난` 또는 `못난` 차원이 아닌, 속에 든 `됨됨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일러주듯 사람 속을 꺼내 볼 수가 없다. 의학이나 사상·철학은 물론 통계학까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결론지어주는 이론은 세상에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대상자인 `인물`을 뽑아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전혀 알수 없는 입장에서 선택은 불가능에 가깝다. `첫 눈에 안다` `행동을 보면 인간성이 드러난다`는 것 처럼, 그 인물의 인상과 행동, 말을 통해 가늠한다. 예전 권위주의 시대까지는 출신지역, 집안, 학벌 등이 인물에 대한 중요한 선택기준이었다. 심지어 기호 1번이냐, 2번이냐로 인물을 평가하기까지 했다.
0.5민주주의(김영삼정부)를 거쳐 완전한 민주정치에 들어선 뒤부터 권위과 편견은 대부분 사라졌다. 광장 민주주의는 국민들에게 온전히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여했다. 고졸 대통령도 나왔고, 기업 CEO 출신 대통령도 뽑혔다. 평생 기름장갑을 안 벗었던 노동자도, 무명 극단의 배우도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은 이제 뽑아야할 `인물`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집은 잘 사는지, 못사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 `인물`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으로 옮겼는지, 과연 약속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에 주목한다.
또 하나 요즘 유권자들은 `감동`에 열광한다. 말없이 나의 마음을 움직여 주길 원한다. 나 혼자 찍은 것 같지만, 한표 한표가 모여 거대한 `스토리(이야기)`가 완성되길 바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