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이거나 사물을 조종하는 영화와 같은 날은 올 것인가. 이를 구체적으로 확정할 순 없지만 그리 머지않았다. 오감을 넘어선 일명 `육감기술(Sixth Sense technology)`의 발전으로 실생활에 응용한 마인드 컨트롤 기기가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특별한 미디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마인드플레이(MyndPlay)`로 불리는 이 제품은 소위 맞춤형 영화관이다. 구성은 헤드셋과 소프트웨어로 단순하다. 하지만 기능은 전에 없던 것이다.
헤드셋을 쓰고 영상을 보고 있으면 뇌파 감지를 통해 사용자의 집중도나 긴장 수준 등의 정보를 송출한다. 그러면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사용자 현재 상태에 어울리는 장면이나 해설 등을 보여준다. 일련의 과정들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정보를 스스로 인지해 맞춰주는 점이 매력이다.
마인드 컨트롤은 게임 분야에도 접목되고 있다. 이모티브시스템즈가 개발한 `에폭(EPOC)`이란 제품은 뇌파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게임과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조종할 수 있어 초능력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와 이용 가능한 게임이 한정돼 있는 것은 아직 단점이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광고나 교육 분야에도 응용되며 그 폭을 넓혀 가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있다. 조종의 대상이 사람이 될 때다. 이달 8일(현지시각) 영국 왕립학회에선 마인드 컨트롤 기술의 무분별한 개발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래의 전쟁은 인간의 마음을 조종해 수행하게 될 수 있다며 신경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보다 엄밀하게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필수적이지만 다른 면에선 사람들을 무능력화 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