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게임 문화 · 산업을 보는 곽승준의 눈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솔직히 나도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서든 어택`이나 `콜로세움` 같은 게임은 “자칭 고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상적인 발언이다. 그가 “솔직히 나도”라고 전제할 만큼 한국 사회에서 게임을 터놓고 말하기 어려워서다. 더구나 그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다.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가 있다.
곽 위원장은 “미국 등에서 게임은 이미 종합예술이자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로 인정받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보았다. “청소년이 게임하는 걸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도 했다. 적확한 인식이다. `셧다운`이나 `쿨링오프` 같은 차단조치로는 애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임을 `학교 폭력 원인`으로 마구 몰아대는 것도 제반 인식이 부박한 탓에 가깝다.
이명박정부에 곽위원장과 같이 게임 문화·산업 생태를 분별하고, 즐길 줄 아는 이가 적다니 애석하다. 덮어놓고 청소년이 게임을 못하게 할 생각부터 하니 유관 부처가 앞다퉈 규제하러 나서는 것 아닌가. 손쉽고 짧은 기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섣불리 규제의 칼부터 휘두르면 곤란하다. 잠시 예봉을 피하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특히 중복 규제는 시장에 쉬 피로를 부르게 마련이다. 산업을 망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책 관료는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에 도대체 어떤 재미가 숨어있는지 한번 `해 보는` 게 좋겠다. 해 본 뒤엔 꼭 자기 자녀와 대화하라. 어떤 게 아쉬워 무엇을 개선할지를 직접 느껴야 한다.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함께 즐기는, 중독되지 않는 문화를 꾸릴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