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경쟁활성화를 위한 설비제공제도 개선

윤충한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yoonchoo@hanyang.ac.kr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설비제공제도 개선 작업을 둘러싼 정부·제공사업자·이용사업자 간 논란이 뜨겁다. 설비제공제도는 선발사업자가 보유한 관로· 전주·광케이블 등 필수설비 여유분을 후발사업자 요청에 따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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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통신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실수요자가 위치한 건물이나 가정까지 통신선을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설비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는 과거부터 오랜 기간 통신사업을 영위해 온 선발사업자만이 필수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설비를 일정 부분 유상으로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설비제공제도의 취지다.

후발사업자 입장에서는 필수 설비를 직접 설치하려고 해도 투자비 부담뿐만 아니라 도로 굴착 허가가 건물공사 등 제약조건으로 인해 쉽지 않다. 선발사업자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관로나 전주를 새롭게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설비제공제도는 유선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설비제공제도가 정상적으로 작용해 후발사업자의 선발사업자 필수설비 이용이 원활하게 이뤄질수록 후발사업자가 더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후발사업자와 선발사업자간 경쟁 활성화를 가져온다.

물론 오랜 기간에 걸친 투자를 통해 필수 설비를 선점하고 있는 선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지나친 설비제공제도 활성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경쟁 촉진이 이용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비제공제도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설비제공제도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경쟁이 이뤄지지 않던 지역에서도 복수 사업자들이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이용자 선택권이 확대된다. 궁극적으로 서비스 품질 제고나 요금인하 등 이용자 편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설비제공제도 활성화가 필수설비에 대한 선발사업자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 사업자들이 필수설비를 이용하면 그동안 서비스를 운영하지 못하던 지역에도 비로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 광케이블 설치, 연계 구간 설비 증설 등 추가로 필요한 투자가 집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투자금액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전반적으로 유선통신시장 경쟁 압력이 증가하면서 산업 전체적으로 망 고도화, 신규서비스 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해외 주요국 규제기관들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설비제공제도가 장기적으로 경쟁뿐만 아니라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설비제공제도 활성화는 경쟁 촉진을 통해 투자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 증가는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 신규 수요 창출을 통해 더 큰 경쟁과 투자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경쟁과 투자 선순환구도 속에서 우리나라 통신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이용자는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에도 시외전화시장, 국제전화시장에 후발사업자가 진입해 선발사업자와 경쟁하게 되자 이용자들은 요금인하라는 경쟁에 따른 편익을 누릴 수 있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후발사업자였던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진입과 경쟁도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유선통신시장 경쟁 촉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설비제공제도을 활성화해야 한다. 침체되어 있는 우리나라 통신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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