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0 살룬 디젤, "모든걸 다 갖췄는데…"

[펀앤펀]현대 i40 살룬 디젤, 역시 유러피안이 대세?

현대 i30가 나왔을 때,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잘 만든 해치백`이라고 표현했었는데 i40는 잘 만들었을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동급 최고 수준에 이른 현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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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현대차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뛰어난 주행 안정성, 동급에서 가장 풍성한 첨단 편의 장비, 화려한 실내 디자인, 그리고 넉넉한 힘과 기대에 부응하는 높은 연비의 최첨단 디젤 엔진 등 i40는 내 세울 것이 참 많다. 굳이 흠을 찾자면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가격 정책 정도다.

i40 (왜건) 디젤에 이어 i40 살룬 디젤을 만났다. 특이하게도 i40는 왜건이 먼저 나왔고, 뒤이어 세단이 등장했다. 이름도 i40라고만 하면 왜건을 말하는 것이고, 세단은 i40 뒤에 살룬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부른다. 잘 알려진 것처럼 i40는 유럽 시장을 위해 개발된 모델인데, 국내에서 생산해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만큼 국내 시장에도 출시를 한 모델이다.

왜건은 실용성이 높지만 국내에서 인기가 높지 않고 살룬은 쏘나타와 판매 간섭이 생기는 등 여러 모로 판매전략 면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잘 만든 디젤 패밀리카를 국내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 고마운 만큼 판매도 많이 되면 좋겠다.

외관은 쏘나타 아랫급에 적용되는 헥사고날 라디에이터 그릴과 쏘나타보다 좀 더 안정적인 사이드 캐릭터 라인 등으로 인해 분위기상으로는 쏘나타보다 윗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크기도 전반적으로 쏘나타보다 조금씩 작다.

반면 인테리어는 동급 최강이라 할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편의 장비도 파노라마 썬루프, 열선 스티어링 휠, 냉난방 메모리 전동시트, 전 창문 상하 전자동, 블루투스, JBL 오디오 시스템, 뒷좌석 열선시트,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 홀드, 크루즈 컨트롤, 시프트 패들, 코너링 램프, 자동주차 시스템 등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오토홀드는 차가 정지하면 변속기를 D에 둔 상태에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되고 출발할 때는 엑셀만 밟으면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풀리는 편의 장비로 신호대기 등에서 아주 편리하다.

엔진은 새롭게 개발된 1.7리터 디젤이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0㎏.m로 직분사 터보와 VGT가 적용된 최첨단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그 동안 중형차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낮은 배기량의 엔진이라 우려가 된다면 직접 그 힘을 체험해보기 바란다. 우려와 달리 1.7리터 엔진으로도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일반적인 주행 여건에서는 가솔린보다 높은 토크감으로 오히려 주행이 더 다이나믹하게 느껴질 정도다. 공인연비는 자동 6단 변속기와 어울려 18.0㎞/ℓ다. 수입차 시장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BMW 520d가 2.0 디젤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로 만들어낸 18.7㎞/ℓ에 근접한 연비다. 시승기간 동안의 연비는 테스트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포함해서 약 13.0㎞/ℓ 수준이었다. 액티브 에코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경제운전 습관을 잘 들인다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연비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뛰어난 주행 안정성과 풍성한 편의 장비,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디젤 엔진을 장착한 i40가 등장했음에도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쏘나타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인해 동급 중형차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 정도의 예산을 생각하는 고객은 조금 더 윗급인 그랜저로 올라가 버리면서 i40가 가진 매력의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차가 이렇게 잘 만든 좋은 제품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인정할 만한 좋은 가격에 파는 날은 오지 않는 것일까.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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