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에 `탈 운용체계(OS) 바람`이 불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생태계 판도를 다극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OS가 아닌 콘텐츠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신(新)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전자펜·근거리 무선통신(NFC) 등 기술 아이템 기반 생태계도 속속 탄생하는 추세다.
6일 삼성전자·소니 등 주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탈 안드로이드 마켓을 표방한 독자 콘텐츠 서비스 구축에 본격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리더스허브(전자책)와 뮤직허브(음악)에 이어 지난 주 교육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인 `러닝허브`를 정식 오픈했다. 또 쿼드쿼어폰인 `갤럭시S3` 출시에 맞춰 올해 상반기 모바일 게임 서비스 플랫폼도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소니도 계열사가 보유한 음반·영화·게임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독자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지금까지 소니 게임기에서만 돌아가던 게임 소스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개하는 파격적인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아마존 스마트패드 `킨들 파이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안드로이드 OS로 개발했지만 안드로이드 마켓 대신 전자책 등 자체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 접속하도록 했다.
통신사 독자 서비스 플랫폼으로 시작한 SK플래닛 `T스토어`가 예상외로 선전하는 것도 하나의 자극이 되고 있다. T스토어는 지난 1월 누적거래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서진우 사장은 “해외 통신사와 제휴해 글로벌 론칭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은 OS 중심 모바일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은 최근 PC 웹 사이트에 도입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개방 정책을 모바일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모바일 페이스북에도 `징가`와 같은 다양한 소셜 게임이나 앱이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하지 않고 모바일 페이스북에서 직거래될 수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모바일 생태계는 차세대 인터넷 표준인 HTML5를 기반으로 이뤄져 더욱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HTML5 기반 웹 앱은 현재 스탠드얼론 방식(모바일기기에 다운로드해 즐기는 형태) 앱을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마켓과 앱스토어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자펜·NFC 등 기술 기반 `버티컬 에코시스템`도 열리고 있다. 지난 주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2`에는 NFC를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소개됐다. 모바일 티케팅, 모바일기기 간 콘텐츠 즉시 교환, 자동차·집 출입 통제 등 NFC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에 사용된 전자펜 프로그램 소스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해 앞으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장려할 계획이다.
구글과 애플의 OS 중심 생태계 수성 전략도 만만치 않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구글은 탈 안드로이드 바람에 맞서 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를 제시해 안드로이드 코드 소스 임의 수정을 제한하고 있고 애플은 `시리`라는 더욱 편리한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소비자 로열티를 강화 중”이라며 “탈 OS 생태계는 이제 시작이고 OS 생태계에 비해 아직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갖지 못한 상황이어서 OS 중심 양강 구도가 다극화될 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탈 OS 모바일 생태계 현황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