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일본법인인 일본삼성이 통합본사 체제로 운영되던 조직을 5월부터 각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계열사별 대응 체제를 마련해 더욱 공격적으로 일본시장 대응에 나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가 일본 내 법인을 `세트(SEJ:Samsung Electronics Japan)`와 `부품(SJC:Samsung Japan Corporation)` 두 개로 분리,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번 재편의 특징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953년 창립, 1998년부터 `일본삼성`으로 가동해온 일본 현지법인을 오는 5월 1일부터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4일 밝혔다.
일본삼성은 삼성전자가 51%, 삼성물산이 49%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미 계열사별로 현지 법인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일본삼성은 현지 전자업체들의 움직임과 시장동향 파악이 주된 임무였다. 일본이 강점을 확보한 부품·소재를 구매하고 한국에 조달하는 역할도 했다. 여타 글로벌 삼성 법인이 현지 제품 판매 등 사업화에 주력했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삼성은 이번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 전환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TV 등을 중심으로 일본 현지에 재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일본은 그동안 대표적 전자강국이었고, 일본시장은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외국기업들이 진입하기 힘든 거친 시장이다. 삼성전자도 2009년 TV사업을 철수하는 등 현지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전자강국`을 이끌어온 소니·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이 최근 부침을 겪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위상 하락 시기에 삼성이 보다 빠른 의사 결정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산업재편, 생산거점 해외 이전 등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다양한 일본 고객의 요구를 선행적으로 파악해 고객밀착·현지 완결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신설될 삼성전자 현지법인은 세트와 부품, 두 개로 분리돼 운영된다. 국내 본사에서 역할을 구분한 것에 맞춰 일본 법인의 경영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법인의 분리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선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일본을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현지 사업보다는 시장 조사에 공을 들여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일본 대지진에다 일본 전자기업 위상하락이 나타나면서 삼성이 더욱 공격적으로 일본시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은 이미 일본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도 윤진혁 일본본사 대표(부사장)가 사장 승진과 함께 에스원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후임 대표는 선임하지 않았었다. 일본 본사 임원들도 대거 국내 계열사로 복귀했었다.
·양종석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