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우리나라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광고를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자 대신 “카톡할게”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스페인 사람들은 전화 대신 “바이버(Viber·무료 통화 메신저 앱) 할게”라고 말한다.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스페인 대학생 하비엘(26) 씨는 “다들 쓰기 때문에 안 쓰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큐비(Kubi)` 등 무선인터넷 전문 업체가 이동통신사들과 제휴해 시내 주요 중심지마다 깔아놓은 와이파이도 모바일 메신저 사용을 늘리고 있다.
유럽 이통사들의 OTT(Over The Top) 업체를 향한 공포에 가까운 경각심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사용자·주주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한국 이통사와 달리 OTT 서비스 때문에 통신시장에서 이통사가 `성우(聖牛·Sacred Cow)` 위치를 잃었다고 스스로 진단한다. 한 스페인 이통사는 아예 `스카이프는 잊어버리고 질 높은 우리 서비스를 값싸게 이용하라`는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럽 이통사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그 이유가 OTT 서비스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폐막한 `MWC 2012` 행사에서도 현지 이통사 수장들은 OTT 업체를 향해 경각심을 담은 말을 쏟아냈다.
프랑코 베르나베 텔레콤이탈리아 회장은 “OTT 업체들은 이통산업의 복잡한 기술적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모바일 도메인 위에서 그들만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며 “이는 전체 서비스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코버스 슈미트 도이치텔레콤 부사장은 한 세션에서 “우리는 이통망에 가치를 더해준다”는 탈몬 마르코 바이버 사장 주장에 “당신들은 무단 침입자”라고 면전에서 반박하기도 했다.
유럽 이통업계의 경계 대상인 OTT는 바이버나 `왓츠앱(What`s App)` 같은 mVoIP 업체뿐만이 아니다.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나 로쿠 등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망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업체를 모두 포함한다.
빠른 속도의 이통망 위에서 OTT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하는 소비자로부터 더 높은 요금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런더 빔펠콤 사장은 “빠른 속도와 질 높은 서비스를 누리려면 그에 합당한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재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티아고 발부에나 텔레포니카라틴아메리카 회장도 “소비자에게 너무 `빠른 속도`를 거져 주면서 돌이킬 수 없이 그들을 망쳐놓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이통사들의 OTT에 대한 강한 공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바르셀로나(스페인)=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