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T 강국? 그건 정말 착각이었다…

[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3)IT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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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 국면에 제동장치가 없다.`

한국 ICT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IT강국 코리아`를 외쳤다. 우리가 IT에서만은 `최고` `최강`이라고 자부했다. 일부에서 `예전 같지 않다`고 우려하는 것에 대해 “저력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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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었다. 최근 5년 우리 ICT산업 성적표는 초라하다. `IT강국 코리아` 명함을 내놓기가 민망할 정도다. 우리 ICT 경쟁력 약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2007년 3위를 정점으로 2008년 8위, 2009년 16위로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19위를 기록했다. 추락이다. 기업환경, 법·제도, 정부 지원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보통신부 해체와 맥을 같이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는 과감한 인프라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기대됐던 통신산업 비중 감소도 빼놓을 수 없다. 통신서비스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4.2%에서 2009년 3.6%로 내려갔다. 통신서비스 부가가치의 GDP 비중은 같은 기간 2.46%에서 1.8%로 하락했다. 통신서비스가 서비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2%에서 3.7%로 추락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IT서비스산업 경쟁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IT서비스산업 발전 전략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IT컨설팅 및 솔루션 등 IT서비스업체 경쟁력은 해외 선진기업의 70%에 불과하다. 업계는 그 이후에도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른 폐해는 막대하다. 국내 경쟁사가 없다 보니 외국기업이 우리 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으로 골치를 겪고 있는 모 업체 IT담당 임원은 “구매자와 공급자 간 관계가 갑을 관계여야 하지만 특정 외국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갑의 위치에 있어도 제대로 말을 못 한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ICT산업이 고전하는 사이 미국은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붐에 이어 제2의 ICT 붐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클라우드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등장에 힘입어 애플·구글·IBM·아마존·시스코 등 다국적기업이 실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같은 미국 IT산업 경쟁력 향상 요인 중 하나로 LG경제연구원은 `IT 미국의 화려한 비상과 그 의미` 보고서에서 `국가적 차원의 이노베이션이 풍부한 시스템`을 꼽았다. 미국 IT 발전의 초석이 국가 차원의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IT혁명의 핵심인 인터넷이 미국 군사연구에서 출발해 파생됐고, 미국 금융산업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로켓부문 수학자·물리학자 등이 대거 이 분야로 진출하며 황금기를 누렸다.

미국 이노베이션 시스템 자체는 정부·대학·기업 간 자유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 교류와 협업 과정에서 얘기치 못한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노력 속에서 잦은 실패가 반복되는 가운데 한 번의 성공이 글로벌 기술 혁신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 이것이 미국 IT산업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R&D 투자는 대학 및 정부 산하 연구소 등에서 이뤄지는 기초과학과 기술 부문에 집중하고 응용개발 부문은 민간에 맡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IT버블 붕괴 후 미국 정부는 IT 분야 기초연구에 정책자금 지출을 확대해 IT사업 침체 극복을 지원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기초과학 육성을 통한 장기적인 성과를 노린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ICT 인프라가 구축됐고, ICT가 전 산업에 스며들어간 만큼 추가로 막대한 투자가 불필요하다는 시각이었다. 미국이 도약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맥을 못 쓰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의 연장으로 유엔의 우리나라 전자정부 평가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현 정부 들어 세계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에 올라섰다. 2005년 5위, 2008년 6위였던 우리나라는 2010년에 1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2012년 평가에서도 2회 연속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 결과에 대해 그 전부터 꾸준히 이뤄졌던 ICT 인프라 투자에 정부의 과감한 정보화 투자가 결합한 결과로 분석한다.

현재 정부 정보화는 행정안전부 1차관 소속 정보화전략실에서 총괄한다. 예산도 이전 정권(2003~2007년) 평균 3조700억원에서 현 정부 4년 평균 3조2800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늘었다. 정보보호 예산도 마찬가지다. 2007년 1018억원에서 2012년 263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 정보보호 평가에서 2008년 51위에서 지난해 12위로 대폭 순위를 올려놨다.

하나의 부처에서 전담해 과감하게 지원 및 투자한 결과, 상당한 저력과 잠재력을 발휘했다. 이는 수출 증대에도 기여했다. 우리나라가 유엔 전자정부 평가 1위를 기록한 2010년 전자정부 수출실적은 1억4876만달러로 2009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도 2010년 수출치보다 158% 늘어난 2억3566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도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수성한 데 힘입어 3억달러 이상 수출을 내다보고 있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보유한 이점을 활용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맞춤형 수출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IC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ICT 후퇴는 국가 경제 후퇴로 이어진다. IT산업 수출 현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IT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이상이다. 2010년에는 IT산업이 사상 최대 수출실적인 153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의 33%를 담당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나라가 빠르게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문제는 이들 수출이 IT 제조업이라는 것이다. ICT서비스산업이 보조를 맞춰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ICT 강국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IT제조업에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ICT서비스산업에도 기존 강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은 스마트사회 도래와 클라우드컴퓨팅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어 투자에 따른 즉각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ICT업체 관계자는 “과거 정통부 시절에는 새로운 ICT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성민 한남대 법대 교수는 “200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통신시장 성장률이 200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까지 이르렀다”며 “ICT 정책 조직을 논의할 때 부처 기득권보다는 국가조직의 효율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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