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소 체계가 바뀐다. 기존 `무슨 동 몇 번지 몇 호`로 사용되던 지번주소 체계를 `무슨 길 몇 호`라는 도로명주소 체계로 변경한다. 오는 2014년 도로명주소 체계를 전국적으로 공식 적용한다. 올해는 지번 주소체계와 병행 사용한다. 지난 1900년대 초부터 사용하던 주소 변경으로 많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나 급속한 인구급증, 산업화, 도시화로 복잡해진 지번주소 체계 변경은 불가피하다. 주소체계 변경에 따른 국민과 업무 담당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화가 활용된다.
정부는 1996년 7월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에서 처음 도로명주소 체계를 발표한 이후 관련 법률 정비에 나섰다. 2006년 10월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후 2009년 4월 한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관련 인프라 구축도 진행했다. 2006년 도로명주소 체계를 적용한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시작, 2009년 완료했다. 2007년에는 도로명주소 통합센터도 가동했다.
◇경험 없어 초기 어려움 많아=도로명주소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시작된 것은 작년 1월이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시스템 구축을 위탁 받아 사업 추진에 나섰다. 사업은 크게 두 가지였다. 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과 자치단체 운영환경 개선 사업이다.
도로명주소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도로명주소 정보시스템 구축 △기초구역 DB구축 △외부 대상 주소지원 체계 수립 등이다. 운영환경 개선 사업은 기존 국토해양부 운영시스템을 중앙행정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이다.
지역정보개발원은 제안요청서를 만들어 조달발주를 실시, 사업자 선정을 진행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국내 처음 추진되는 사업이어서 지역정보개발원도, 제안업체도 모두 수행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도로명주소 관련 법률은 만들어졌지만, 세부 지침이 없었던 것도 힘들게 했다. 지역정보개발원은 3개월 동안 발주 및 사업자 선정 절차를 거쳐 SK C&C를 사업자로 선정, 4월 사업에 착수했다.
조미자 주소정보화과 과장은 “도로명주소 정보화사업은 당초 주소 변경만을 반영,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었으나,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 등이 포함돼 사업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도로명 주소 정보화사업은 총 3단계로 지난해 시작해 내년까지 진행한다.
◇국가주소정보시스템·기초구역DB 구축=지난해 4월1일 도로명주소 정보화사업을 시작했다. 먼저 BPR·ISP 결과에 따라 국가주소정보시스템을 웹과 클라이언트서버(CS) 기반으로 나눠 개발했다. 민원·도로명·대장관리·업무지원관리·공통 업무 영역은 웹기반으로, 도로구간관리·건물번호관리·시설물관리·자료관리·공통은 CS기반으로 구축했다.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기관 정보시스템과 연동체계도 마련했다.
국가기초구역 DB 구축 및 정보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사업은 기존에 통계청, 소방방재청, 교육청, 우체국,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각자 편의에 의해 나눠 놓은 구역을 국가 표준 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지역정보개발원은 기초구역 설정 등 각종 지침을 마련, 선도지역인 서울관악·서대문·경기안양·강원평창 대상으로 DB를 구축했다. 3507개 행정동과 4만3481개 기초구역도 설정했다. 웹기반으로 기초구역 검색이 가능한 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국가주소정보시스템과 국가기초구역DB 구축 사업은 작년 12월 완료했다.
시스템 구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처음 진행하는 사업이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당초 작년 7월말 가동 예정이었던 주민등록주소 전환 사업은 2개월 연기돼 10월 가동하기도 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적용되는 엔진도 말썽이었다. 당초 제안했던 것과 달리 일부 기능이 구현 안 돼 새로 개발하는 상황이었다. 지역정보개발원과 주사업자인 SK C&C가 추가 개발을 했다. 조 과장은 “행정안전부 모든 과에서 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 진행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마련,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후 주소전환지원센터 운영도 시작했다.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대상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 상세주소 정형화 추진=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은 2단계와 3단계 사업이 남아 있다. 올해 진행되는 2단계 사업에서는 도로명주소 상세주소 정형화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은 GIS 기반으로 주소 내 상세 현황을 DB화하는 것이다. 지역정보개발원은 관련 BPR·ISP부터 추진한다. 이후 시스템 구축에 착수 내년 말 완료 예정이다.
국가지점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지점정보시스템은 건물이 없는 산이나 들판을 대상으로 위치체계를 만들어 DB화 해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재난대비나 인명 구조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시스템 구축은 오는 4월 착수해 올해 말 완료한다.
민간기업에게도 제공하기 위한 민간주소유통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사업은 1월 착수, 5월말 완료한다. 민간주소유통정보시스템은 주소전환 DB를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연계(API) 방식으로 기업에 제공한다. 은행·백화점 등 기업들이 직접 주소체계 전환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DB를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조미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주소정보화과 과장
-주소체계를 변경하는 이유는.
“현행 지번 주소체계는 1910년 일제시대때 식민통치와 조세수탈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주소제도는 급속한 경제개발과 인구급증,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지번이 수차례 분할·합병해 배열이 불규칙해졌다. 한 지번에 여러 개 건물이 분포해 위치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은.
“주소체계가 지번 체계에서 도로명주소 체계로 변경됨에 따라 이를 지원하는 DB 및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주소체계 지원뿐 아니라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도로명주소 정보화사업 효과는
“범죄나 화재, 응급환자 발생 등 긴급성이 요구되는 행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편, 택배 등 각종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도 국민들이나 기업이 도로명주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가능하다.”
도로명주소 정보화 단계별 추진 현황
자료 :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 개념
자료 :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