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았다. 현 정부 임기 얘기다.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어수선하다. 지금 뭘 새롭게 한다고 하면 조롱당하기 십상이다. 정부부처에서는 더 그렇다. 마무리 투수라는 표현도 이맘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기업들은 다르다. 1년을 허송세월하면 10년을 잃어버린다. 스마트폰 쇼크 이후의 글로벌 IT업계 모습은 우리에겐 타산지석이다. 1년 먼저 준비한 기업과 아닌 기업은 천당과 지옥이다.
통상 정권 말기의 산업 정책은 어정쩡하다. 포퓰리즘이 판치는 정가 분위기에서 뭘 새롭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에서 당장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이 아닌 산업 정책이 화두가 될 리 없다. 산업정책은 한 템포 뒤에나 성과가 나오는 미래 먹거리 정책이기에 그들의 계산방식으로는 뒷전인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식경제부가 업계 요구를 수용해 소프트웨어산업국 신설이란 카드를 던진 것부터 그렇다. 사실 대단한 시도는 아니지만, 정부의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이 별것 아닌 노력이 침체된 IT산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정보통신부 시절 소프트웨어 산업정책은 소프트웨어진흥단 형태로 국장급이 챙겼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 단위로 축소됐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부 의지가 의심받은 이유였다.
정부가 이제라도 상설조직인 국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챙기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일각에서 어차피 1년 남은 마당에 새로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1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정부 정책에 울고 웃는 산업계 파장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슈가 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1년 뒤 정부 부처 큰 틀이 바뀐 다해도 중요성에 걸맞은 규모는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내 놓은 `신성장 IT융합생태계 육성 4개년 계획`도 그런 의미에서 업계는 크게 의미를 부여한다.
늦었지만 우리 산업지형의 큰 틀을 바꿀 정책으로 중견기업 육성도 빼 놓을 수 없다. 중소기업에서 졸업하는 순간 무려 160가지 혜택이 사라진다. 관계사 형태로 중소기업 그룹을 만드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이라는 카테고리를 많은 중기 CEO들이 소망해왔다. 단기간에 실현될 성격의 정책은 아니지만, 건강한 산업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래를 담보할 산업 진흥 정책이 포퓰리즘에 묻혀버리기 쉬운 정권 말이지만, `소(산업)는 키워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전자산업부장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