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 콘텐츠피플-이승준 영화 `달팽이의 별` 감독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부부의 일상을 담은 영화 `달팽이의 별`을 제작한 이승준 감독의 소박한 바램이다. 내달 22일 개봉하는 달팽이의 별은 시청각장애인인 남편과 척추장애로 몸이 불편한 아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동화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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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처음 시작은 개인적인 관심에서 비롯됐고, 무엇을 촬영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다”면서 “2년 동안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주인공인 영찬씨와 순호씨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굉장히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일상은 심심하고 무료해 보일 지 몰라도 그 속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소위 `배리어 프리` 장르의 영화다. 심리적 장벽이나 제도적 걸림돌을 없애자는 영화의 한 카테고리다. 영화 역시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버전과 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2가지 형태로 만들어졌다. 3월 개봉시에도 국내 영화 사상 최초로 배리어프리 버전이 동시에 상영된다. 배리어프리 버전의 음성해설은 김창완씨가 맡았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하루 하루를 마주하는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주인공 영찬씨는 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귀를 가졌기 때문에 달팽이처럼 촉각에만 의지해 느린 삶을 살아간다.

가족의 의미와 인간의 5대 감각 중 하나인 촉각과 터치라는 행위가 가진 함의도 되세겨 보게 한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동화 속 백마탄 왕자는 어쩌면 우리의 가족이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영화 주인공은 솔방울을 이승준 감독에게 던지는 놀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재미나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스토리 전개는 중반 이후 힘을 낸다. 실과 바늘처럼 같이 다니던 두 사람이 죽음 이후를 생각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애잔한 느낌이 묻어난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시각과 청각이 아닌 오직 촉각에 의해 외부와 소통하는 영찬씨가 키워하는 희망과 꿈이 무엇일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영찬씨가 직접 쓴 글이 자막으로 처리, 눈길을 끈다. 가령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라는 문장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달팽이의 별은 이미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다큐멘터리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영화다(ITVS2010)`,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순간과 유머로 가득한 영화(버라이어티)` 등 해외 영화관련 매체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EBS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관객상과 유니세프상을 수상했다. 특히 오디오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의 종자돈은 해외에서 조달했다”면서 “국내 방송사와 콘텐츠 투자사들의 관심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특별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독립 예술영화의 활성화와 상영기회를 확대하겠다”면서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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