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사고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고 과학적인 추론을 펼치는 데 기반이 된다는 데 이견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3~4위를 꾸준히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해마다 세계 100개 나라가 참여한다. 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상위 5% 안에 드는 수학 강국인 셈이다.
반면 고교 전국모의고사에서 수학 과목 평균점수는 30점대다. 낙제점이다. 이 점수는 공부를 덜 했거나 실수가 많아서 나왔다고 보긴 어려운 점수다. 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얘기다.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의 적잖은 학생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구구단을 외우고 사칙연산을 익힌다. 초등학교에선 선행학습으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에선 고등학교 수준의 참고서를 보고 익힌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지루하기 그지 없다. 수학의 `수`자만 들어도 너무나 싫은 것이다.
이 책은 1982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한 초판에 11장과 12장을 추가해 만든 개정판이다. 초판 출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많은 독자가 꾸준히 이 책을 찾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학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누구나 손에 잡는 순간 깊게 생각하면서 문제 해결에 뛰어들게 하는 마력 때문이다.
저자들은 `수학은 재미있다`고 단언한다. 단, 전제가 있다. 수학이 재미있으려면 기본적인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문제는 이런 것이다. `김 군은 도마뱀, 딱정벌레, 지렁이를 수집한다. 지렁이의 마리 수는 도마뱀과 딱정벌레를 합한 것보다 많다. 전체적으로 보면 머리가 12개고, 다리가 26개다. 김 군이 갖고 있는 도마뱀의 수는?`
도마뱀 한 마리는 4개의 다리가 있고, 딱정벌레는 6개, 지렁이는 없다. 따라서 26개의 다리는 도마뱀과 딱정벌레의 것이다. 도표를 그리고 문제를 구체화하고 놓친 점을 점검해나가면 답이 나온다.
이들은 수학적 사고는 문제를 많이 푼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와 제대로 씨름하고 해결 과정을 꼼꼼히 검토할 때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생각은 하나다. 수학적 사고 과정은 타고난 수학적 사고력을 스스로 활용하는 과정이지, 교사나 교재에 사고력을 뺏기는 과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니콜라 클라크는 “이 책 덕분에 나는 수학을 지겹고 무관심한 것에서 기쁨을 안겨주는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각 장마다 제시된 문제를 연필을 잡고 직접 종이에 풀어나가다 보면 누구나 타고난 수학적 사고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강화하게 될 것이다.
존 메이슨·카예 스테이시·레온 버튼 지음. 한상연 옮김. 초록물고기 펴냄. 1만4800원.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