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에너지이용의 의무와 권리.`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고유가와 기후변화대응이라는 난제를 풀기위한 방안으로 “시장논리에 입각한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실가스배출이 적은 고품질 전기(권리)를 사용하기 위한 전기요금(의무)을 부담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 원장은 “전기요금을 20% 더 지불하겠다며 원자력 폐기를 주장하면 설득력이 있지만 이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에는 전기요금에 대한 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깨끗한 도시가스 역시 필요하다면 그에 합당한 요금을 더 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재는 무료라는 의식을 경계해야 한다”며 “전기요금·에너지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무와 권리에 대한 개념만 정확히 선다면 가격 기능으로 에너지 공급과 수요가 정상화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올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요과제는 산·학·연·환경단체 등과 적정한 중장기 에너지 믹스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발표 예정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녹색성장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이유를 분석하고, 차기 정부에 녹색성장을 어떤 방법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핵심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투명경영과 소통경영을 중시하는 등 근무윤리를 강조해서 성과를 거뒀고 올해는 질적인 향상을 도모해 내년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김 원장. 지난 2010년, 2011년 모든 직원들과 개인 면담을 시도해 계급장 떼고 허심탄회한 소통의 시간을 갖기도 한 그는 직원들에게 “5년 안에 담당 분야 최고 전문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밝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원장에게 올해 기관 경영전략과 주요 사업계획을 들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올해 사업계획은.

▲녹색성장정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보완대책 마련과 정책 방향성에 대한 중간평가, 에너지부문 현안대응을 위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재검토 등을 사업목표로 정하고 있다.

우선 2012년 시행하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의 경제와 환경적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과제와 2015년 시행될 예정인 배출권거래제의 최적운영을 위한 법적기반과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유도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수립·시행되고 있는 녹색성장 전략을 실증적으로 평가하고, 2012년 이후의 녹색성장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에너지효율 역량강화부문에서는 제조업 사업체 단위 에너지효율 향상 영향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와 에너지효율앱(APPs) 등에 의한 가계 전력 소비절감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해외에너지자원개발과 에너지산업 해외진출부문에서는 기술진보에 따라 비전통 에너지자원에 대한 탐사·개발 사업에 대한 전망을 통해 국제에너지시장에 대한 영향과 국내 기업의 진출 전략을 연구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해외 에너지자원개발을 추진할 때 우리나라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재원조달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스 활성화 전략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통계`나 `분석모형` 같이 연구에 기본이 되는 도구들을 통한 기초체력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그간의 성과는.

▲에너지통계시스템은 에너지정책 입안과 평가에 근간을 이루는 국가 지식 인프라의 핵심 내용이라는 판단아래 취임 초반부터 에너지통계 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부터 에너지통계 선진화를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에 입각한 통계체제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에너지수급 관련 제반 통계정보를 정보수요자가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망(KESIS)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수급과 정책효과 분석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성과라 판단한다. 국가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요구되는 장기 에너지수요전망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장기 에너지정책 설계에 필요한 시나리오 분석체제를 완비했다. 또한 중·단기 에너지수요 전망시스템을 구축해 경제 환경 변화가 에너지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파악, 국가 경제운영계획 반영토록 하는 체제를 수립했다.

-이란 사태에 대한 진행추이와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말 이란 원유 금수를 겨냥한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하고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친 후 적용할 예정이다. EU도 지난 1월 23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은 현재 하루 25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가 수입 중단을 거부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이란산 원유수입을 일정 규모 감축하고 미국에 예외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란 원유에 대한 금수 규모는 하루 약 100만배럴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여타 산유국의 충분한 증산이 없다면, 이란 원유수입국들이 대체 원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거시경제모형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21%포인트 상승하고, GDP는 0.33%포인트 하락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법 제정 추진 중인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견해는.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출권 거래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 배출권 거래시장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함에 있어 상당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했지만,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야기됐다.

유럽의 이런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배출권거래제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입에 앞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그를 통해 최적의 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시행령이 만들어지기까지 6개월, 제도 시행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그 동안 연구에 총력을 기울여 배출권거래제가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면 산업계의 반대 여론도 줄어들 것이다.

-에너지가격 현실화에 대한 의견은.

▲최근 에너지 이슈는 동계전력피크와 유가급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두 가지 현안 모두 에너지 수급과 가격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계전력피크는 등유 등 난방유에 대한 전력 에너지상대가격이 너무 낮은 데 대한 전력대체 수요증가에 기인한다. 이란 봉쇄 문제는 결국 원유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급등과 관련될 것이다. 에너지문제는 수요가 과도하거나 공급에 지장이 초래돼 가격이 상승하는 데에서 발생된다.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고유가 시대에 들어서 에너지공급 비용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가격체계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규제로 가격을 억제해 온 결과, 과도한 에너지소비가 발생된 것이다.

특히 공급원가 이하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과도한 에너지소비뿐만 아니라 에너지공기업의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에너지공급 비용을 반영하는 가격 현실화가 급선무다. 나아가 에너지수급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탄력적인 가격체계를 정립함으로써 적정한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담=주문정 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
정리=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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