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열풍이 거세다. 경기도 용인시에 1호점이 생긴 지 두 달 만에 전국에서 7개소가 영업 중이다.
이달 안으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농협주유소 300개, 상표주유소·자가폴주유소·고속도로주유소 60개 등 총 360개 알뜰주유소가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목표인 700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뜰주유소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기름이 싼 것은 물론이고 덩달아 주변 주유소 가격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변 주유소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도입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표주유소의 고민이 깊다.
정유사 공급가격은 그대로인데 판매가격은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당장 사은품을 줄이자니 단골 고객들 눈치가 보이고 막상 가격을 낮추니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는 눈총을 받는다.
지난 10일 문을 연 알뜰주유소 서울 1호점인 형제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 1949원, 경유 1778원이다. 형제주유소를 중심으로 양쪽 독산로를 따라 영업 중인 인근 남서울주유소·금천주유소는 당장 가격을 내렸다.
금천주유소는 휴지 같은 사은품도 그대로 지급하면서 가격을 리터당 20원 낮췄다. 남서울주유소는 사은품을 없애는 대신 알뜰주유소보다 1원 싸게 판매한다. 리터당 30원 비싼 독산주유소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3월말 석유거래소가 개설되면 상표주유소가 알뜰주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다. 상표주유소들은 해당 정유사하고만 거래해야 하는데 반해 알뜰주유소는 4개 정유사 물량 중 값싼 것을 골라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표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정유사와의 계약이 발목을 잡는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상표주유소는 정유사 상표 사용과 함께 공급물량 일체를 해당 정유사와 계약한다. 최소 3년은 상표를 바꿀 수 없다. 정유사 이미지와 품질, 혜택 때문에 상표주유소를 선택했지만 정부를 등에 업은 알뜰주유소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정부 발표대로 `가격 인하`라는 알뜰주유소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전망은 두 가지다. 알뜰주유소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 결국 요즘과 같아지거나 동네에서 문 닫는 주유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