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늦어도 연 초 한 해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변화하는 환경을 얼마나 정확히 보느냐다. 이것이 그 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소프트웨어(SW) 업계가 경영전략을 어떻게 세웠을지 궁금하다.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서 하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말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전략`이 전격 발표됐다. 대기업 공공SW사업 참여 제한이 골자다. 법 개정이 필요했다. 미봉책으로 우선 고시를 손 봤다. 대기업 참여사업 기준을 기존 매출액 기준 20억과 40억원 이상에서 각각 40억원과 80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대기업 입장에서 참여 가능한 사업 건수가 대폭 줄었다. 문제는 직후 나타났다. 대기업 시장이 급감하면서 중견기업이 설 곳이 사라졌다. 지식경제부는 대책을 찾았다. 중견기업에게 기회를 줘야 해서다. 이들이 참여 제한 타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행령을 손봤다. 중견기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문제는 또 터졌다. 이번에는 중소기업 주무부처가 반기를 들었다. 시행령 개정이 중소기업 지원정책 근간을 흔들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행령을 바꾸면 중소기업 경쟁품목 시장에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중견기업)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청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해서다. 결국 시행령 개정작업은 `홀딩` 됐다. 부처 협의가 끝나야 법제처·국무회의 등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업계는 답답할 노릇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공공사업 각각에 주판알을 튕겨야 하는 상황이다. 사례를 들자. 개정 시행령은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시행령 공포 전에는 중소기업만의 시장이다. 시행령 공포와 동시에 중견기업이 뛰어든다. 시행령 공포 시점만을 봐서는 안 된다. 시행령 개정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시행령에서 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따로 정해질 수도 있다.
안타깝다. 공공SW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오죽할까. 정부가 이런 심정을 이해한다면, 최대한 서둘러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추가로 놓친 것이 없는지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취지로 시작한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에 대해 오히려 수혜자로부터도 욕을 듣게 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