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따뜻한 과학기술 실현.`

9일로 취임한지 막 석 달째 접어든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이 올해 내놓은 기관 운영 화두다.

KRISS는 출연연구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R&DR(R&D for Responsibility)`에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 연구개발이 성과만을 추구하는 `R&D`시대였다면, 2000년 비즈니스를 접목한 `R&BD`를 지나 이제는 `따뜻한 과학기술`을 표방한 `R&DR`로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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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전략을 짜는 방향도 성과 위주에서 질 중심으로 바꿨다. 임기 3년간 양적인 기관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본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두 달간 30여 실험실에서 400여 연구원과 대화하며 굳힌 결론이다. 강 원장은 건의사항만 수백 개가 쏟아졌다고 했다.

“현장에서 여론을 들어보니, 서로 오해하고 있던 부분도 참 많았습니다. 건의사항은 향후 3년간 경영 보조지표가 될 것입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싶은 연구원을 만들어 갈 방안을 찾을 것입니다.”

연구부문에선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과제를 준비하고 성과 내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 원장으로부터 기관 경영방침과 신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미래 과학기술은 학제간 협력을 통한 융복합 연구에 기반을 두고 발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복안이 있는지.

▲개방형 연구를 추진합니다. 연구소 간,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환경 조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연구진을 타기관으로 파견하거나 협업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도 찾고 있습니다.

측정표준이나 측정과학 분야의 창의적인 기초원천 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대학과 협력도 추진합니다. 대학 내 측정과학우수연구실(MRC)을 선정, 육성해 실질적인 개방형 연구협력이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식품, 환경, 보건, 의료, 안전 등 삶의 질 관련 측정표준 수요가 최근 대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KRISS만의 한정된 인력과 예산만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측정표준과 관련 있는 분야별 경쟁력 있는 기관을 발굴해 측정표준 협력기관(DI)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 국가 어젠다를 해결하기 위해 KRISS가 특정 관련 기관을 DI로 선정하면, 선정된 기관이 관련 측정업무를 주도합니다. KRISS는 지정된 기관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일종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입니다. KRISS 내부 인력을 최소 투입하면서도 국가적으로 시급한 어젠다를 적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품질관리에 대한 찬반여론이 있어 좀 더 고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과제 성공률이 80%가 넘습니다. 말도 안되게 높은 수치입니다. 도전적인 연구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안전한 연구만 집착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두고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체계 확립에 대한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단계에 진입해 있습니다. 창의성이 절대가치가 된 것입니다. 길을 개척하다보면 실패는 다반사죠. 그걸 사회가 용인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봅니다.

KRISS도 미래 국제표준을 선점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성실 실패`를 용인하는 창의적인 연구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창의사업은 말 그대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대신 창의사업 중 1~2개만 성공해도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창의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과 예산을 확대 지원할 것입니다.

현재 KRISS는 전체예산의 2.5%를 창의적인 기초원천연구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나 오는 2014년까지 주요사업비 1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출연연도 인력양성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측정 전문가를 키워낼 대안이 있는지.

▲최근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측정표준 전문가를 교육시켜달라는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지난해엔 UNIDO(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사업으로 개도국 측정표준과학자들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했습니다.

현재 교정시험기관이나 산업체, 개도국 표준기관 등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정밀측정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를 강화하기 위해 측정표준과 정밀측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교육기관 `글로벌 측정 아카데미`를 설립해 운영합니다.

교육프로그램은 측정표준과 정밀측정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합니다. 강의는 모두 영어로 이뤄질 것입니다. 강사는 KRISS 고경력 연구원이나 퇴직 연구원을 활용할 것입니다. 젊은 연구원의 연구 이외 업무를 줄이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고경력 연구원이나 퇴직 연구원 노하우가 사장되는 국내 과학기술계 인력 현실도 고려했습니다.

현재 KRISS에는 정규 연구인력 중 약 20%인 80여명이 이에 해당합니다. 올해부터 이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올해 기대되는 주요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

▲내년 3000만년에 1초 오차가 있는 광격자 시계를 내놓을 계획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격자 시계의 시계전이선을 관측하기 위한 레이저 선폭을 10㎐ 이하로 축소하고 상호 비교를 위한 두 번째 광격자 시계 시스템을 설계할 예정입니다.

전국 표준시 보급을 위한 표준주파수국 및 타임서버도 운영합니다. 표준시 전국 보급으로 정보통신, 방송 등 산업분야 발전과 국민생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도 기대할만한 성과가 나옵니다.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LCD 사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실질적인 저감을 위한 측정기술 개발도 이루어집니다. 에너지 및 산업공정 부문 온실가스 측정기술이 1차로 개발됩니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위한 신경모방 소자 및 인지시스템 개발도 이루어집니다. 오는 2014년 기술 개발을 목표로 올해 뇌정보처리에 기반을 둔 인공감각 모델과 신경소자가 만들어집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인지 시스템에 기반을 둔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과 노약자나 장애인 감각보완을 위한 감각보조시스템도 선보일 것입니다.

이는 정서 장애 진단 근거 제공을 통해 의료, 임상 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친화적 휴먼 인터페이스 확보는 인간중심 기술 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한 단계 끌어 올릴 것입니다.

-소통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연구원과 소통 방안은.

▲지난해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세종대왕 리더십을 요약한 `외천본민(畏天本民)`이라는 말을 모토로 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외천본민은 하늘을 우러르고 백성을 근본으로 여긴다는 말입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 30개 연구실 400여 직원들과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진정성을 느꼈는지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줄을 이었습니다. 건의사항만 수백 개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직원 간 소통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각 건물에 커뮤니케이션 플라자를 만들 것입니다. 편안한 대화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식적인 소통 채널도 마련할 것입니다.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운영해 KRISS 미래를 짊어질 젊은 연구자 목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선배들을 위한 시니어보드도 열어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빌리고 고견을 듣는 자리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다면 아침에 일어나 빨리 출근하고 싶은 연구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세계측정연합(IMEKO) 세계대회 의장국인데.

▲3년 주기로 열리는 IMEKO세계대회가 오는 9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됩니다.

IMEKO에는 유럽,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39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IMEKO 의장을 맡고 있어 부담도 됩니다.

이번 세계대회의 주제는 `녹색성장을 위한 측정과학기술`입니다. 24개 기술위원회 별로 개최하는 심포지엄과 더불어 4개의 특별세션과 초청강연, 국내외 측정장비 제작 공급사들이 참여하는 전시회 등으로 꾸려집니다.

한국이 측정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적인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강대임 원장 원장 프로필

△1958년생

△학력사항

-고려대 기계공학 학사

-고려대 기계공학 석사

-KAIST 기계공학 박사

△주요경력

-2011년~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2009년 ~현재 국제측정연합(IMEKO) 회장

-2011년 교과부 지정 휴먼인지환경사업본부장

-200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본부장

-2007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 수상

-2005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부장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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