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공시와 상장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을 볼 방침이다. 아직 거래소 단계의 검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자들은 관심이 높다. 공시 제도에 대한 투자자 불신과 불만이 얼마나 높은 지에 대한 방증이다.
상장기업 불성실 공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로 인한 손해가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공시만 믿고 투자를 결정한 일반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거래정지, 상장폐지로 막대한 피해를 본다. 이와 달리 대주주들은 내부 정보를 통해 미리 투자 위험을 회피한다. 그런데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상장 제도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엄밀히 말하면 제도 자체보다 규제 당국의 고무줄 운영이 문제다. 한화가 횡령·배임 늑장 공시로 상장 폐지 위기까지 몰렸다가 살아난 게 계기가 됐다. 상장폐지실질심사제도는 불공정 공시와 횡령·배임 등 건전하지 못한 기업을 시장에서 솎아내는 제도다. 사유가 생기면 즉각 거래를 정지시키고 심사대상여부와 상장폐지 해당 여부를 단계적으로 결정한다. 한화는 실질심사 단계를 거치지도 않고 살아났다. 당연이 재벌 비호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거래소는 불성실공시 법인의 경영진에 대한 직접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제도 개선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비판을 일단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단지 오해일 뿐이라면 거래소는 물론 금융위원회는 확실한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불성실 공시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큰 범죄 행위다. 재벌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엄정한 규제 대신에 고무줄 운영과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면 경제범죄 방조를 넘어 조장하는 것과 뭐가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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